정장이 왜 여유가 없어 보이지?… G20 정상들 양복에 숨은 패션스타일

입력 2010-11-12 17:30

지구촌에서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20개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제5회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정책만큼 이미지, 스타일이 중요해진 시대에 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비지니스 정장의 모범답안을 보여 줬다.

제일모직 갤럭시 디자인실 이현정 실장은 “각 정상들의 이미지나 성향에 따라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짙은 감색 계통 슈트를 입은 정상들에게서 눈에 띄는 공통점은 “왜 양복이 저렇게 여유가 없지” 하는 점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등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이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저렇게 딱 맞게 입으면 어떻게 앉아서 일을 할 수 있지?” 이런 의문을 품었다면 투버튼 슈트의 착장 원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기본적으로 투버튼 슈트는 서있을 때는 위 단추만 잠그고, 앉을 때는 단추를 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방한했을 때마다 지적하는 점이 바로 “왜 양복을 그렇게 크게 입느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몸에 딱 맞는 슈트로 맵시를 업그레이드시켜보자.

또 셔츠 소매가 재킷 소매 겉으로 나와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을 것이다. 대통령들이 설마 소매가 짧은 재킷을 입은 것은 아닐 터. 이 실장은 “셔츠 소매가 재킷 소매 밖으로 1.5㎝쯤 나오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재킷 소매가 길면 안 된다는 얘기다. 셔츠 색상은 눈처럼 하얀색 또는 엷은 하늘색이 대부분이었다. 클래식한 슈트에 가장 잘 어울리고 격식을 갖춘 셔츠가 바로 이 두 가지 색상의 순면 셔츠다.

구두 위에서 접힐 만큼 바지를 길게 입는 이들이라면 “우째 바지를 저렇게 짧게 입었나” 할만큼 바지 길이도 짧은 편이었다. 정장 바지의 길이는 구두에 닿을 듯 말 듯한 길이가 알맞다. 그래야 허리부터 발목까지 딱 떨어지는 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닥스신사의 디자인팀 이지은 CD는 “이번 기회에 남성들이 꼭 배웠어야 할 것 중 하나가 넥타이 길이인데, 재킷을 입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남성들, 특히 키가 작은 이들 대부분이 넥타이를 길게 맨다. 넥타이 끝은 절대 벨트보다 길게 내려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공통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11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가진 기자회견 장면.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두 대통령의 넥타이 매듭이 다른 것을 눈치챘 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붉은 색 타이는 매듭 아래 가운데가 푹 파이듯 주름(딤플)이 잡혀 있는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사선 줄무늬 타이는 밋밋한 편이었다. 이 실장은 “이 대통령은 윈저 노트로 딤플을 뚜렷하게 만들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누린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심플 노트로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