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 두 가정 돌보는 현대차 전주 완산지점 직원들
입력 2010-11-12 18:12
이름 모를 삼촌 20여명 6년째 ‘사랑의 부축’
전북 전주시 평화동에 사는 김민지(중3·가명)양에겐 이름 모를 ‘삼촌’이 20여명이나 있다. 얼굴도 모르는 이 삼촌들은 두 달에 한번씩 따스한 정을 보내온다.
이들은 전주시 중화산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완산지점(지점장 이희두) 직원들. 이 지점 20여명의 가족은 월급에서 얼마씩을 떼어낸 뒤 민지네와 더불어 같은 동네에 사는 최모(19)군네 등 두 가정에 각각 10만원씩 보내주고 있다. 2005년 봄부터 계속돼온 일이다.
요즘 고교 입학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양은 중학 1년생인 남동생, 할머니와 함께 산다. 김양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생이 백일쯤 되었을 때 이혼했다.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간 뒤 연락이 거의 안 되고 있다.
김양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낯선 삼촌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평화1동 주민센터로부터 추천을 받아 어렵지만 꿋꿋하게 사는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겠다고 했다. 연말엔 쌀과 학용품 등을 사서 보내주었다.
삼촌들은 처음 몇 번은 각 가정을 방문, 새로 생긴 ‘조카’들과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그 뒤 발길을 끊었다. 그냥 사회복지사를 통해서만 성금을 보내주고 있다. 물론 사진도 찍지 않았다. 괜히 사춘기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며 꺼려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여러 아이들을 한두 번 찾다가 멈추는 것보다 한두 아이이라도 잘 성장할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군은 곧 군에 입대하고 동생이 고교 3학년이 되는 등 잘 커서 스스로 앞길을 헤쳐 갈 나이가 돼 안도하고 있다.
커서 호텔 주방장이 되고 싶어 하는 김양은 곧잘 감사편지나 카드를 보내 삼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할머니도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잊지 말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손주들을 다독이고 있다고 전해줬다.
직원들은 “그저 조용히 작은 정성을 보내자고 했는데 이처럼 알려지는 게 부담이 된다”며 “이 아이들이 다 크면 또 다른 가정을 찾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