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꿈 키워 온 10년… 소외지역 찾아 미디어교육 펼치는 EBS ‘모여라 딩동댕’

입력 2010-11-12 17:45


피가 튀는 장면이 버젓이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EBS ‘모여라 딩동댕’(토 오전 8시30분)은 밋밋해 보일 수 있다. 주제는 언제나 ‘번개맨’이 악당을 혼내주는 ‘권선징악’이고, 10년째 배우들이 탈을 쓰고 화장을 하는 ‘아날로그식 분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또 출연자들은 공연이 끝나도 분장을 벗지 않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철칙을 지킨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여전히 대한민국 어린이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번개맨’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궁금한 게 생기면 ‘뚝딱이 아빠’부터 찾는다.

‘모여라 딩동댕’은 지역 현장에서 열리는 공개 연극이다. 1999년 EBS ‘딩동댕 유치원’의 토요일 특집 프로그램이었으나 반응이 좋아 2000년 10월 단독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뒤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로 500회를 돌파했으며, 배우 신세경 이병준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간 공연을 본 어린이만 50만명.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까지 계산하면 줄잡아 100만명에 이른다.

최수진 PD는 “아이들이 TV에서 본 캐릭터를 실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또한 공연 후 온 가족이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모여라 딩동댕’ 관람은 무료다. 단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당첨돼야 하는데, 경쟁률이 5대 1에 이른다. 태백, 거제도, 제주도 같은 문화 소외 지역의 경우는 근접 지방권 어린이들도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공연장 앞에는 새벽부터 올라온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뚝딱이 아빠’ 역인 개그맨 김종석은 “주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접하기 힘든 지역의 아이들은 함성소리가 작다. 이런 문화를 접해보지 못해 어떻게 즐기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찾아서 아이들에게 공연의 즐거움을 알려줄 때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공연을 관람한 가족들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지난 10월 경산 공연을 본 학부모 이상원씨는 “공연을 본 후 아이의 얼굴이 즐거움과 기쁨으로 가득차보였다”면서 “앞으로 우리 아이를 위해 열심히 공연을 보겠다”고 말했다.

‘모여라 딩동댕’의 한 회 제작비는 ‘어린이 프로그램’치고는 꽤 많은 3000만원이다. 섬이나 산촌 등 외진 곳에 가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하지만 ‘모여라 딩동댕’은 빠듯한 예산에 위축되지는 않는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준성 EBS 유아교육과 부장은 “제작비 때문에 지방에 못 간 적도 많지만 요즘은 지자체의 협력으로 지방 공연을 성사시키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우리 어린이들이 있는 연해주 LA 평양에서도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