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한우 등 화려한 메뉴 속 ‘무거운 주제’로 긴장감

입력 2010-11-12 00:19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 공식일정인 환영만찬이 열린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서는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은 한결같이 미소를 유지했다. 그러나 표정의 크기는 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호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만면의 웃음과 경쾌한 발걸음으로 자신감을 표시한 반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표정과 발걸음은 부드러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이 묻어났다. 환율문제 등 현안을 두고 격돌할 두 정상 간 심리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상회의 개막전 장소는 ‘환영만찬’=G20 정상회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환영리셉션 시작 10여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해 손님맞이 채비를 했다. 각국 정상과 영부인 등을 비롯해 실무협의를 진행한 재무장·차관 등 140여명의 각국 대표단은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 개막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후 6시부터 의전차량을 타고 속속 도착한 G20 회원국 및 초청 5개국 수장과 9개 국제기구의 수장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열린 광장’으로 올라가 붉은 카펫이 깔린 40m 길을 청사초롱을 든 남녀 어린이의 안내를 받으며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역사의 길’로 불리는 리셉션장 이동통로에는 빗살무늬 토기, 백제금동대향로 등 역사 유물 10여점이 전시됐다.

참가국이 많다 보니 손님맞이에만 무려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인도네시아,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사정 때문에 정상 대신 외교장관 등이 대리참석했다.

만찬장인 ‘으뜸홀’ 앞에 선 이 대통령은 마리오 드라기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부터 마지막 후 중국 주석이 들어설 때까지 김윤옥 여사와 함께 정상들의 손을 맞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각국 의전서열의 반대로 시작된 입장순서를 두고 강대국 간 기싸움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입장을 놓고 미국, 러시아, 중국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출발을 미뤄 시작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장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이 시작되기 전까지 30여분간 착석하지 않고 각국 정상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화려한 만찬메뉴 vs 무거운 주제=“라임향 나는 영덕 대게 무침으로 식욕을 돋우면 버섯수프가 위장의 준비운동을 돕는다. 경북 상주에서 키운 한우와 서해에서 갓 잡아 공수한 넙치의 풍부한 맛을 맘껏 즐기고 나면 제주 한라봉을 얼려 만든 셔벗이 입안의 열을 식혀준다.” 이날 만찬장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몸에서 펼쳐진 우리 음식의 향연은 이렇게 진행됐다.

그러나 정상 간 대화 주제는 메뉴처럼 편안한 시작에서 깔끔한 뒷맛으로 끝나진 못했다. 첫날, 첫 만남부터 세계경제와 프레임워크(협력체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이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세계경제 동향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말문을 열었고, 이에 대한 후 주석의 반응이 바로 이어졌다고 한다. 정상회의에 임하는 두 정상의 심리가 읽히는 대목이다.

‘배우자’(김윤옥 여사 등)는 인근 한남동 리움미술관으로 보내고 가진 ‘리더들의 모임’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긴장감이 이어졌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만찬행사에서 각국 정상들은 환율갈등과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등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해 각자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하며 기싸움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된 시간을 40여분이나 넘긴 만찬을 마친 정상들은 각자 호텔로 향했지만 지난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처럼 선진 G7 국가 그룹이나 이해당사국 실무진 간 심야회동이 열릴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