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케스트라 북한에서 연주할 수 있기를” 내한 공연 갖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지휘자 주빈 메타

입력 2010-11-11 19:18


“평화를 모두에게 희망합니다.”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74·사진)는 옆에 앉은 통역에게 ‘평화’라는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분명한 발음으로 평화를 말했다.

11일 서울 반포동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메타는 “이스라엘과 한국은 여러 위기를 겪은 점에서 유사한 면이 많다”며 “한국 오케스트라가 북한에 가서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도 카이로, 예멘 그리고 베이루트 같은 곳에서 연주를 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1936년 인도 봄베이(현 뭄바이)에서 태어난 메타는 68년부터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어왔다. 81년 종신 음악감독이 된 그는 걸프전 당시에는 포화를 뚫고 이스라엘에서 공연을 하는 등 3000회 이상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무대에 섰다.

메타는 “이스라엘에서 연주하면 아랍인, 유대인 등이 객석에 뒤섞여 있을 때가 많다. 우리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벽에 가로막힌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여러 민족의 아이들이 모인 학교를 운영 중이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완벽한 하모니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순 없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메타는 이번 내한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조수미와 협연할 예정이었던 메타는 공연 하루를 앞두고 건강 때문에 취소했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이번 공연이 정말 기대된다”고 한껏 고무된 억양으로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레퍼토리이기도 합니다. ‘봄의 제전’은 작곡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 들어도 음악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거인’은 하이든부터 시작된 비엔나 클래식의 종결을 고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두 작품 모두 작곡가가 20대에 쓴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자로 나선다. 메타는 “백건우와 함께 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그가 직접 요청했다”면서 “위대한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13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