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조대 투매… 코스피 ‘53P 급락’
입력 2010-11-11 21:34
불과 5분 동안 외국인이 쏟아낸 투매 물량에 11일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코스피200지수 옵션 만기일을 맞아 그동안 누적된 매수 차익을 일거에 챙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옵션 투자자들 가운데 최대 499배 대박이 터지거나 반대로 쪽박을 차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옵션 만기 ‘매물폭탄’=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12포인트(2.70%) 내린 1914.73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9조원이 빠졌다. 마감 10분 전인 2시50분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1963.03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까지 2815억원을 순매수하던 외국인들은 마지막 10분간 동시호가 때 1조8041억원어치를 프로그램 매도하면서 지수는 급락했다. 외국인이 순수하게 팔아치운 1조3389억원은 역대 최고치로, 이 때문에 전체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도 931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옵션 만기일을 맞아 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옵션이란 특정 일자에 서로 약정한 가격으로 대상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현·선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고평가된 것을 처분해 위험부담 없이 이익을 얻는 구조다.
매물폭탄 창구는 독일계 증권사인 도이치증권. 이곳에서만 1조5000억원가량의 매물이 쏟아졌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헤지펀드로 보이는 외국계 투자사가 도이치증권을 통해 매수차익 잔액을 털어낸 것 같다”며 “투기세력이 가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지수하락 시 수익을 내는 풋옵션 상품은 최대 499배의 대박이 났다. 가령 행사가가 252.5인 11월물 풋옵션(252.5풋)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247.51로 마감한 코스피200지수를 252.50에 팔아 4.99포인트 차익을 거뒀다. 1억원을 투자해 10분 만에 498억원의 순익을 올린 셈. 반대로 특정 행사가격에 코스피200지수를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은 줄줄이 ‘휴지조각’이 됐다.
◇단기적 현상? 추격 매도 이어질까=외국인 순매도가 도이치증권 한 곳에만 집중된 점, 외국인의 집중 매도가 국내 증시에서만 벌어졌을 뿐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 증시는 오른 점 등을 볼 때 일회성 성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신증권 이승재 선임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고점을 돌파하면서 차익을 챙길 시점을 저울질하다 이날 행동에 나선 듯하다”며 “일부 외국인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향후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추격 매도가 이어질 경우 증시 변동성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만기 충격은 외국계 매수차익 잔액 청산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