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뻥 뚫린 서울 도심… 시민 의식도 정상급이었다
입력 2010-11-11 21:29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11일 상당수 시민이 자율적 2부제에 동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내 도로는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심각한 정체 현상이 예상됐던 강남 일대 역시 한산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진보성향 단체들이 G20 정상회의 개최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였지만 경찰과 큰 충돌을 빚지는 않았다.
◇줄어든 교통량, 시민의식 빛났다=경찰청에 따르면 출근시간(오전 7∼9시) 시내 주요 46개 주요 지점에서 측정한 교통량은 39만1409대로 지난주 목요일인 4일 같은 시간(40만3516대)에 비해 3% 감소했다. 특히 강남 지역은 지난주 14만7655대보다 7.4% 줄어든 13만6688대였다. 차량이 줄다보니 출근길 차량 평균속도도 시속 27.9㎞로 4일(시속 27.4㎞)보다 빨랐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2부제에 참여하거나 차를 집에 두고 나오면서 교통량이 감소했다”며 “강북지역보다 행사장이 있는 강남지역 시민들이 많이 동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지하철이나 버스는 이용객이 늘면서 평소보다 훨씬 붐볐다. 회사원 김모(34)씨는 “4호선 사당역에서 서울역까지 가서 2호선을 갈아타고 서울시청 인근으로 출근을 하는데, 평소엔 4호선에 앉을 자리가 있었지만 오늘은 빈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코엑스 주변 교통통제가 12일 이뤄지는데도 통제가 이날부터 시작된 것으로 착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역에 지하철이 서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버스를 이용하거나 인근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G20 이틀째인 12일에는 코엑스를 둘러싼 영동대로, 테헤란로, 아셈로, 봉은사로 대부분이 통제되는 만큼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정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최근 도로통제 계획에 따른 모의실험을 한 결과 12일에는 통제 1시간 만에 강남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됐다.
◇‘G20 규탄’ 대규모 집회 열려…코엑스 주변엔 산발적 1인 시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진보 성향 단체 80여개로 구성된 ‘G20대응민중행동’(민중행동)은 오후 2시쯤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3500여명(주최측 추산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 G20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투기자본을 규제하지 않는 G20은 의미가 없다”며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민중행동은 집회가 끝난 뒤 가두행진을 시작해 오후 5시30분쯤 남영역 삼거리에 도착, G20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문구가 적힌 상여를 불태운 뒤 해산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남영역 삼거리 일대에 병력 27개 중대 약 3000명과 물포 등 시위 진압용 장비를 배치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G20 정상회의 회의장인 코엑스 인근에서는 1인 시위가 잇따랐다. 오전 10시30분쯤에는 김모(38·여)씨가 코엑스 동문 앞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다 현장에 있던 경호요원에게 저지당했다. 10시50분쯤 코엑스 동문에서 20m 정도 떨어진 인도에서는 20대 캐나다인 남성이 ‘RECESSION IS THE MEDICINE’(불황이 약)이라고 적은 가로 40㎝, 세로 50㎝ 정도 크기의 흰색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다 경호구역 밖으로 쫓겨났다.
박지훈 강창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