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 상황 원더풀!”… 성과물엔 비관적 전망

입력 2010-11-11 18:08

장점보다는 단점 찾기에 더 익숙한 직업이 기자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취재를 위해 방한한 63개국 기자들도 회의 준비상황 등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회의 결과가 담길 서울 선언의 합의 수준에 대해선 낙관보다 비관이 강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의 알레한드로 볼라파뇨스 기자는 11일 “한국의 준비상황에 솔직히 놀랐다”며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첫 정상회의부터 지금까지 모두 취재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제 부분에선 한국의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회의에선 실질적인 성과물(real outcome)이 없었던 데 비해 서울은 많은 결과물이 예정돼 있다”며 “다만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환율전쟁의 그림자에 가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제르바이잔 일간지 ‘제르콜로’의 제이란 바이다보바 기자도 “참가국이 많은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제한적인 합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외신 기자들이 상주하는 미디어센터 내 휴게실에서 만난 국제노동기구(ILO) 소피 피셔 지역정보관은 코엑스 곳곳에 설치된 한국 관련 영상물과 전자기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피셔 정보관은 “각국 교섭대표 협상장은 물론 프레스센터도 이렇게 잘돼 있는 곳은 처음 접한다”며 “3차원(3D)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한국 영상물이 흥미로워 회의 중간 틈틈이 구경했다”고 귀띔했다.

G20 그룹에 들지 못한 국가의 취재진도 상당수였다. 카타르의 페닌슐라 신문에서 근무 중인 필리핀 국적의 엠비엔느 수에르토 기자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개발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환율 이슈에 가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일간지 디프레세의 토마스 사이퍼스 기자도 “G20 비회원국이지만 주최국인 한국 정부의 배려를 느꼈다”며 “어제(10일) 서울 청계천을 다녀왔는데 (외신기자단 서울 투어) 행사 중 만난 고등학생의 영어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사이퍼스 기자 역시 이번 회의의 성과물에 대해선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환율경쟁에 있어 미국의 제안에 가까운 편”이라며 “한국엔 미안한 얘기지만 막판 조율 가능성은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3자간 협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 취재를 위해 우리나라 준비위원회에 취재진 등록을 요청해 온 국가는 모두 63개국 4288명이다. 이들은 12일 서울선언문 발표 시점까지 내신 기자들과 함께 취재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