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끄는 신앙의 지도자] (하) 미국 오바마 대통령

입력 2010-11-11 17:57

십자가 진리를 깨닫고 긍정의 힘으로 높이 날다

세계 최강국 지도자 버락 오바마(49) 미국 대통령을 이끌고 있는 정신적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미국 정치의 바탕을 이루는 기독교 신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오바마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지 않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1961년 케냐 국적의 부친 버락 오바마 1세와 미국 국적의 앤 던햄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무신론과 이슬람교, 인본주의적 세계관 아래 자라났다. 67년 인도네시아에 거주할 때는 양아버지를 따라 이슬람교 사원에 갈 정도였다. 그나마 71년 하와이로 돌아와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푸나후학교에 입학하면서 기독교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회의주의자이자 뿌리 없는 방랑자, 흑백 혼혈아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심하게 겪었던 청년이 예수를 만난 것은 85년 미국 시카고에 있는 트리니티연합교회에 출석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교회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며 성령체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계시가 아니었다. 선택이었다. 내가 품고 있던 질문들이 마술처럼 사라졌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의 십자가 아래 무릎 꿇고 있는 동안 성령이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분의 뜻에 복종하고 그분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나 자신을 바쳤다.”(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중)

오바마는 20년 넘게 이 교회에서 활동했다. 교회에서 그는 자신의 피에 흐르고 있는 아프리카 유산에 대한 긍정을 배웠다.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도, 아프리카인도 아니라는 갈등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교회는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적이었고 개인적 신앙을 세계변혁의 의무와 연관시키는 분위기였다. 그가 하버드대에 들어가고 변호사를 개업한 뒤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은 모두 교회에 출석한 이후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2005년 시카고 선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었고 주님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을 믿었다”면서 “신앙이 죄를 씻고 영생으로 가는 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08년 대선 기간 중 라이트 목사가 미국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트리니티연합교회를 떠났지만 기독교 신앙은 그대로다. 오바마는 지난 2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좌절감이 들 때 침착함을 유지케 하고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것은 신앙”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백상현 기자, 신재범 인턴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