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說 확산… 유럽 금융시장 또 불안
입력 2010-11-11 22:11
유럽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그리스까지 다시 불안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아일랜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미 구제금융에 합의했다는 설도 있다”는 투자정보회사 마키트의 신용평가 전문가 개번 놀런의 말을 전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시장분석가 사이먼 펜은 “아일랜드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아일랜드는 지난 2년간 은행 부실을 극복하기 위해 500억 유로(약 76조원)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2%에 이르는 유로존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은행 부실은 더 늘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 패트릭 호노한 총재는 10일 “은행권 부실채권이 850억 유로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 추산인 500억 유로보다 70%나 많다. WSJ는 “아일랜드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은행 부실과 재정 적자는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레니언 재무장관이 9일 영국 BBC 방송에 출연, “내년부터 4년간 긴축 재정을 실시해 재정적자를 성공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야당과 노동계도 서민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국채 금리는 10일 0.5% 포인트 넘게 치솟아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연이율 8.28%(10년 만기)에 거래됐다.
외신들은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예 “아일랜드가 올 초 그리스 위기 이후 조성된 유럽연합(EU) 금융안정기금의 지원을 받으면 시장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며 구제금융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이 경우 아일랜드는 아이슬란드, 그리스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유로존 국가가 된다.
아일랜드만이 아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국채 신용파산스와프(CDS) 금리도 3일 연속 상승했다. 재정적자가 GDP의 80%에 이르는 포르투갈의 CDS 금리는 11일 처음으로 연 5%를 넘었다.
그리스도 추가 긴축 조치를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WSJ는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가 목표인 8.1%보다 늘어나 9%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기업 부실이 늘어난 데다 아일랜드로 인해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채권 분석가 마이클 라이너는 “유럽 국가의 부채 문제는 내년 초까지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