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소품… 적당하면 볼거리, 지나치면 웃음거리
입력 2010-11-11 17:26
KBS 2TV ‘도망자 플랜B’(수·목 오후 9시55분)가 최신식 장비와 첨단 기술 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위치추적기, 도청기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비를 다양하게 사용해 숨막히는 추격전을 펼친다.
주인공 지우(비)의 가방 속에는 껌처럼 조그맣고 잘 붙는 소형 카메라, 눈에 띄지 않는 위치추적기, 안구 인식 기능을 갖춘 아이패드 등 세련되고 성능 좋은 장비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이런 장비들을 구할 수 있을까. 제작진에 따르면 드라마의 소품들은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상상 속에서 창출된 ‘가공품’에 가깝다. 멋지고 세련되게 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과학적 원리는 현실감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을 정도만 적용하는 게 보통이다.
대표적인 소품이 지우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다. 책상 자체가 컴퓨터여서 책상의 표면이 바로 컴퓨터의 화면이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고, 오로지 손의 접촉만으로 작동한다. 지우가 두 손바닥으로 책상을 쓸면 위치 추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한 쪽으로 쓸어내리면 맞은편에 연결된 TV화면이 켜지면서 화상 전화가 걸리는 식이다.
윤여송 ‘도망자’ 미술감독은 “현실적으로 그런 컴퓨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터치(접촉)기능은 여러 장비들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런 터치 기능을 극적으로 과장한 것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마우스나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간단한 움직임만으로 업무를 보는 게 더 멋져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유심 카드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실제 유심 카드에는 핸드폰 사용자의 정보가 담겨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유심 카드를 컴퓨터에 꽂으면 자세한 신상 정보가 나오고, 과거 행적을 담은 사진이 좌르르 뜨지는 않는다. 이는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유심 카드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 컴퓨터에서 정보가 출력되는 방식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가공된 장비’들이 빈번히 사용되면 드라마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쫓고 쫓기는 내용이 뼈대를 이루는 드라마에서 매번 상대방의 정보가 첨단 기술 덕분에 ‘손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나까무라 황(성동일)을 놓친 도수(이정진) 일행이 그의 위치를 파악한 것은 나까무라 황의 비서가 갖고 있는 아이패드 덕분이었다. 진이(이나영) 방에서 쫓겨난 지우가 그녀의 동태를 훤히 꿰뚫어 본 것은 진이 방에 붙여놓은 콩알 크기의 카메라 덕분이었다.
윤 감독은 “21세기형 첩보 스릴러물이다 보니, 최신식 장치를 활용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드라마가 첨단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빨대나 이쑤시개 같은 ‘아날로그의 도구’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주인공의 지적 매력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