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환율 유연성’ 강조 문구, 中·브라질 반발에 채택 진통

입력 2010-11-11 18:35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과 셰르파(사전교섭대표) 회의를 거쳐 각국 정상들에게 건네진 서울선언문에는 지난 나흘간 벌어졌던 환율 등 쟁점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합의에 수정이 가해질 때마다 이해당사국의 이견이 불거져 난항을 거듭했다. 정상 간 논의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모호한 선언에 그칠 우려도 있다.



◇서울선언문, 어떤 문구 담기나=사실 환율 관련 국가 간 갈등 조율을 제외하고도 서울선언문에 담을 만한 성과물은 충분하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 등 우리나라가 의장국 자격으로 주도해 온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경우 대부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에너지, 반부패 선언 등도 정상 간 다자회의 일정을 통해 대부분 실무협의 원안대로 통과돼 ‘서울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문구 등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문제는 환율갈등 해법이다.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 간 합의를 정상들이 사후적으로 공감대를 표시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보다 진전된 표현을 담는 데 대해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어서다. 논쟁이 거듭됐던 문장은 경주 G20 재무장관 공동성명서에 포함된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한다”는 부분이다.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 문장에 ‘환율의 유연성(exchange-rate flexibility)’을 강조하는 문구를 삽입하려 했지만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환율의 유연성 문구가 추가될 경우 고정환율제에서 벗어나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 부담이 된다. 위안화의 급격한 가치 상승을 꺼리는 중국으로선 환율의 유연성 강조는 온전히 시장에 맡기라는 국제사회의 주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경쟁적인 통화절하(devaluation) 자제” 대신 “통화의 저평가(undervaluation) 해소”를 담으려는 시도도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절하는 전 회원국이 인위적인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하자는 의미가 강하지만 저평가 해소는 적정 환율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정상 간 회의에서 이러한 쟁점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큰 틀에서 지난 경주 합의를 재확인하는 선언적 문구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서민 반부패 기조 강조될 듯=환율과 무역불균형을 제외한 나머지 의제는 비관보다 낙관이 강하다. 개발 이슈 가운데 하나로 금융소외계층 포용(Financial Inclusion)도 강조될 것으로 보여 이명박 정부의 국내적인 친서민 기조는 글로벌 친서민으로 공감대가 확산될 전망이다.

국제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금융규제도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 합의보다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경주 공동성명에서도 지체 없이 금융규제 개혁을 완료할 것이라고 명시했다”며 “이번 서울선언문에는 내년 프랑스 회의까지 보다 조속한 완성을 주문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앞으로 G20 정상회의를 통해 신흥국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 자본유·출입에 따른 문제 등이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G20의 금융규제 개혁 논의는 주로 선진국 입장에서 대형 기관이나 헤지펀드, 장외파생상품, 신용평가기관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신흥국의 어려움이 뭔지 논의하고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