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평화 최대 적은 통합 회의론”… 판롬파위 EU 상임의장, 英 간접 비난
입력 2010-11-11 21:31
유럽 통합 회의론(Euroscepticism)이 다시 불거지면서 유럽 국가들 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헤르만 판롬파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베를린 장벽 붕괴 21주년을 맞아 베를린 연설에서 “유럽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유럽 통합 회의론”이라고 발언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 보도했다.
판롬파위 의장은 이어 “독립국가 시대는 끝났다”면서 “EU를 떠나려는 국가들은 글로벌 세계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망상을 넘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헬무트 콜 당시 독일 총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비밀협상을 가졌다. 미테랑 대통령은 당시 “민족주의는 전쟁”이라면서 콜 총리에게 단일 통화(유로)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주변국의 지지가 필요했던 콜 총리는 결국 이를 수용했다.
판롬파위 의장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오늘날 유럽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라며 “두려움은 이기주의로, 이기주의는 민족주의로 이어지며 민족주의는 결국 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롬파위 의장은 유럽 통합 회의론을 유발하는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들은 그 대상이 ‘영국’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국가들에 2011년 EU 예산을 “가급적 가장 낮게” 책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지난달 브뤼셀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의회의 EU 예산 6% 인상 계획에 반대했었다.
영국은 발끈했다. 유럽 통합에 부정적 입장인 영국독립당(UKIP) 전 당수인 나이젤 패러지는 벨기에 전 총리이기도 한 판롬파위에 대해 “통치 자질이 없다”면서 “그는 영국을 파괴하고 싶어하는데 이는 재앙”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