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양자회담-한·미] 오바마 “글로벌 코리아… 주도적 역할 담당할 것”
입력 2010-11-12 00:12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는 예정된 30분보다 무려 45분이 더 소요됐다. 두 정상이 논의할 현안이 많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두 정상은 서울 G20 정상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문제, 한·미 동맹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이로 인해 공동 기자회견도 10여분 늦게 열렸고, 오찬 시간은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에서 ‘글로벌 코리아’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했다. 그는 “한국이 신흥경제국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 데 대해 축하한다”며 “이 대통령이 말하는 글로벌 코리아가 된 것으로, 세계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이 대통령을 “My Friend(내 친구)”라고 표현했다. 지난 3일 전화 통화에서는 이 대통령을 “Brother(형제)”라고 불렀다.
두 정상은 미래에너지, 특히 녹색성장을 주제로 진지하게 토론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녹색성장에 한국은 얼마나 투자하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처럼 자원이 많지 않아 ‘그린 그로스’ 같은 미래에너지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은 좋은 두뇌가 있지 않느냐. 한국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좋은 두뇌가 자산이기는 한데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고,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두 정상의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수출만 하는 것 아니냐’는 미국 기자의 비판적인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요 근래 한·미 간 무역 역조는 사실 1년에 80억 달러 정도”라며 “삼성, LG, 현대 제품들은 국산 제품이지만 그 안의 핵심적 부품은 미국제이고, 로열티도 물고 있어 100% 한국 제품이 아니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이후 열릴 6자회담이 이전 회담과) 똑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그러한 신호를 보인다면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기자가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한국 경제에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가 유입되는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그런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없을 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날 오찬에는 미국산 쇠고기 안심, 송로버섯, 바다가재 등이 나왔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