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각국 정상 부인들 한식에 반하고 국보급 유물에 감탄사

입력 2010-11-12 00:21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회의를 겸한 만찬(업무만찬)을 통해 치열한 탐색전을 펼쳤던 11일 오후, 배우자들은 한남동 리움미술관으로 이동했다. 퍼스트레이디들은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주최하는 별도 만찬에서 한국의 늦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겼다. 만찬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져 오후 7시40분쯤 시작됐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알려진 에미네 에르도안 터키 총리 부인과 구르샤란 카우르 인도 총리 부인은 전통 의상을 차려입었고, 마르가리타 사발라 멕시코 대통령 부인과 헤이르트라위 빈덜스 유럽연합(EU) 상임의장 부인, 로린 하퍼 캐나다 총리 부인, 유순택 유엔 사무총장 부인 등은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쑥색 치마에 수가 놓인 상아색 저고리를 차려입은 김 여사가 로비 입구 중앙에 서서 이들을 맞았다.

만찬 메뉴는 육류·생선·채식으로 구분된 양식으로 준비됐다. 김 여사가 요리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몇 차례 시식을 거쳐 직접 메뉴를 선정했다. 식사 중에는 각국의 대표적인 곡을 선별해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다.

만찬 이후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피아노 연주가 이어졌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이기도 한 김 여사는 직접 제작한 한식 책자를 선물했다. 일부 배우자들은 2층 고미술관에 들러 한국의 국보급 고대 유물을 관람했다.

각국 정상 부인들은 정상들 못지않게 분주한 행보를 이어간다. 12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인 창덕궁을 방문해 후원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한복 패션쇼를 관람할 예정이다. 청와대 측은 야외 행사 동안 추운 날씨를 대비해 전기담요와 온돌벤치, 온풍기 등을 준비했고 창덕궁 내 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점을 감안, 친환경 전기차를 마련했다.

이어 서울 돈암동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이동해 전통 가옥과 2000여점의 전통 목가구 등을 관람하고 한식으로 구성된 오찬을 함께한다. 오찬이 끝나는 오후 1시30분부터는 취향에 따라 개별 쇼핑이나 관광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로린 하퍼 여사는 퓨전 타악 공연인 난타를 관람하고 헤이르트라위 빈덜스 여사는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퍼스트레이디는 김 여사를 포함해 모두 13명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셸 오바마(미국), 카를라 브루니(프랑스), 간 노부코(일본), 서맨사 캐머런(영국) 여사 등은 개인 사정 때문에 불참했지만 다른 퍼스트레이디들도 다양한 특성과 이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여사 외에도 한국인이 1명 더 있는데 바로 유순택 여사다.

이들 중 최고령은 1937년생인 구르샤란 카우르 여사다. 최연소는 67년생인 마르가리타 사발라 멕시코 대통령 부인으로 인도 총리 부인과는 서른 살이나 차이 난다. 로린 하퍼 여사는 아프리카 문제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그녀는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김 여사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류융칭 여사는 후 주석과 칭화대 59학번 동기로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컴퓨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는 외출할 때 꼭 노트북컴퓨터를 챙긴다.

에르도안 여사는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머릿수건) 논쟁’으로 화제를 모으는 인물이다. 터키는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이 금지돼 있으나 철저한 이슬람 신자인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는 이번에도 히잡을 쓰고 입국했다. 아제브 메스핀 에티오피아 총리 부인은 여성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약혼자인 글로리아 본기 은게마 여사도 예비 퍼스트레이디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남아공은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어 남아공 대통령은 현재 부인 3명을 두고 있다. 주한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2년간 살았던 인도네시아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 여사는 자국 내 화산 피해 때문에 마지막에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아쉽게도 여성 정상 3명의 ‘퍼스트 젠틀맨’도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달 남편과 사별했고,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남자친구와 정식 결혼하지 않았다.

이성규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