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국익 위해 UAE 파병하라
입력 2010-11-11 17:39
베트남전 참전 이후 최대 규모인 자이툰부대 파병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자이툰부대 파병 동의안이 2004년 2월 국회에서 찬성 155명, 반대 50명, 기권 7명으로 통과되자 시민단체들은 찬성한 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낙선시키겠다며 크게 반발했다.
미국의 이라크전쟁 와중에 파병 문제가 불거졌다면 기자도 반대했을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누가 봐도 명분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끝난 지 1년 후 이라크 평화 회복과 안정, 국가재건을 위한 파병은 성격 자체가 달랐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그해 4월 23일 자이툰부대 1진을 이라크 아르빌 지역으로 파병했다. 2008년 12월 30일 완전 철수할 때까지 연인원 1만7708명이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자이툰부대는 진료 8만8800명, 물자 제공 52만6000점, 중장비·컴퓨터 등 기술 교육 2400명, 건물과 도로 보수 등 물심양면으로 쿠르드족을 도왔다.
군사협력도 경제만큼 중요
당시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KRG) 대통령이 “자이툰부대는 쿠르드인들에게 영원한 친구”라고 말할 정도였다. 2006년 1월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기자는 영내 병원과 교육센터, 부대 외곽의 지원 현장에서 만난 쿠르드인들의 따스한 미소를 잊지 못한다. 장병들의 아낌없는 지원 활동이 쿠르드인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장병들의 활동상과 쿠르드인들의 반응을 보고 자이툰부대 파병에 반대한 이들의 행동이 부질없었다는 생각까지 했다.
정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1월부터 2년간 특전사 150명 이내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파견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의결했다. 첫해에는 140억원, 이듬해부터는 8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파견 부대는 UAE 특수부대의 교육훈련 지원, 연합훈련 실시, 유사시 한국인 보호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UAE는 5000명인 특수부대원을 1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특수부대원들의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향상을 위해 우리에게 특전사 파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장광일 국방정책실장은 “완전히 다른 작전환경하에서 한국군의 임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방위산업과 군수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국익 제고 차원에서도 파병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특전사 파견 결정은 UAE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방한해 특전사 부대원들의 대테러 시범을 보고 감탄한 UAE군 부총사령관이자 왕세자인 무함마드가 제안했다고 한다. UAE가 분쟁지역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테러 위협에 대비해 한국군의 대테러 기술을 ‘수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만큼 우리 특전사의 테러 진압 기술을 높게 평가한 셈이다.
외국 요청에 따라 그 나라 군대를 교육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파병에 반대할 명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뿐 아니라 군사협력도 양국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파견부대의 성격, 임무, 국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해 찬반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선진국은 이미 현지서 활동
국방부에 따르면 UAE에는 미국 1600명, 프랑스 500명, 호주 400명 등 9개국 군대 2800여명이 주둔하며 국익 증진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 한국군은 지난 9월 현재 레바논 369명, 아프가니스탄 240명, 아이티 242명, 소말리아 해역 310명 등 14개국 17개 지역에서 1196명의 장병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력에 걸맞게 행동반경을 넓힌 것이다. 국방부가 시일이 촉박하게 UAE 파병을 공론화한 것은 지적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익을 위한다면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파병하는 것이 맞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