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펼쳐진 G20 의제, 조율에 힘쓰라
입력 2010-11-11 17:40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막이 어제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출범한 G20 정상회의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서울 정상회의가 주목되는 것은 지난 4회에 걸친 각국 정상 간의 의견조율이 최종 결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단계 수준의 절충점에는 도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구축에 매우 유리한 시점이다. 금융위기 발발 2년을 넘기면서 각국의 공통 관심사가 세계경제 안정의 중요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을 도모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환율전쟁이 치열했으나 G20은 공존을 택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환율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원칙적 합의, 이른바 ‘시장 결정적인 환율제도’로의 이행에 동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분 구조 개혁에 대해서도 G20은 현 상황에 걸맞은 신흥국가들의 지분율 향상을 결정했다. G20이 새로운 세계경제질서의 필요성을 의식한 결과다.
그럼에도 G20 내부 간 대립은 여전히 뿌리 깊다. 경주회의 직후 나온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환율 문제에 대한 원칙조차 실종되는 게 아닌가 하는 각국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서울선언’의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어제 열린 참가국 교섭대표자 회의에서도 환율과 연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채택은 불발됐다.
각국이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상황에서 조율은 간단치 않다.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성과 있는 결실을 얻기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율의 여지는 아직 있다. 환율 해법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규제, 개발 이슈, 부정부패 척결, 글로벌 불균형 해소 등의 의제를 한국 주도로 하나하나 풀어갈 것을 주문한다.
정상회의는 오늘 막을 내리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회의 기간 중 서울시민이 보여준 적극적인 협력은 돋보인다. 대회 성공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한 자율 의지의 협력은 그만큼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더불어 G20 정상들도 합의할 수 있는 것과 계속 협의해야 할 것을 구분·조율하면서 끝까지 힘써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