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추가협상 최대한 신중하게
입력 2010-11-11 17:3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양국 정상회담 이전 타결에 실패하고 좀 더 논의를 이어가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양국 통상장관이 세부적 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도출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그동안 거듭된 회담에서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서는 합의점에 도달했으나 막판에 미국이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를 들고 나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우리 측은 쇠고기 문제가 이번 협상과 별개라고 논의 자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버틴 반면 미국은 30개월령 이상을 포함한 전면 개방을 주장해 논의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들고 나온 이상 이는 당연한 결과다. 이 대통령도 쇠고기에 있어서는 절대로 양보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지만, 자동차에서 우리가 상당 부분 양보했는데 쇠고기 시장까지 전면 개방하라는 요구는 횡포에 가까운 것이다. 이 요구까지 들어주면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에 다름없다. 이미 합의해놓고 마음에 안 든다고 수정을 요구하고, 우리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면 이는 평등한 관계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지난 2008년 미국 쇠고기 문제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큰 혼란을 겪었는지 잘 아는 미국이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동맹국 정부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양국 정상은 가급적 빨리 매듭을 짓겠다고 했지만 시간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한번 개방된 수준을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래칫(역진방지장치) 조항을 비롯해 위험하거나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상대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다. 작은 조항 하나가 우리나라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민감한 이슈는 국민과 소통하며 진행해 밀실 협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