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군은 천안함 교훈 벌써 잊었나

입력 2010-11-11 17:36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야에 해군 고속정이 어선과 충돌해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군 3함대 소속 참수리 고속정이 10일 밤 제주 서북방 해상에서 경비작전을 마치고 귀항하다가 어선 106우양호의 우현 선수 밑 돌출 부분과 충돌해 선체에 구멍이 생겨 침몰했다. 승조원 30명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어선 쪽은 인명 피해가 없고 파손도 경미하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 때문에 최고 수준의 군사대비태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구체적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면 침몰한 고속정을 인양해 조사하는 등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사고 정황만으로도 군의 경계·경비 태세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것은 분명하다. 한 승조원은 “(고속정은) 가만히 있었는데 어선이 와서 들이받았다”고 증언했다. 사실이라면 사고 고속정이 야간 작전의 절차와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든다. 사고 당시 해역은 파고 2m, 가시거리 5.4㎞로 기상이 양호한 편이었다. 고속정(156t)의 2배 크기인 어선(270t)이 접근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속정에는 레이더가 장착돼 있어 접근하는 선박을 식별할 수 있다. 어선이 고속정에 접근하면 먼저 경고하고 고속으로 기동해 피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더욱이 사고 고속정 뒤에는 다른 고속정이 따라오고 있었는데도 접근하는 어선에 주의하지 못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임무를 마치고 귀항 중이라고 해서 레이더병, 견시병 등 당직 승조원들의 근무 기강이 풀어져 있었던 것 아닌가. 이들의 근무 실태는 물론 고속정장이 정위치에 있었는지도 조사해 잘못이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

경계에 실패한 천안함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제주해협은 천안함 사건 전까지 북한 상선의 통과가 허용됐던 해역이다. 해군 연안 방위 핵심 전력인 참수리 고속정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북한이 제2의 천안함 사건을 획책할 경우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해군의 경계태세와 기강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