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을 이끄는 신앙 지도자(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입력 2010-11-11 17:12
[미션라이프] 세계 최강국 지도자인 미국 버락 오바마(50) 대통령을 이끌고 있는 정신적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미국 정치의 바탕을 이루는 기독교 신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오바마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지 않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1961년 케냐 국적의 부친 버락 오바마 1세와 미국 국적의 앤 던햄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무신론과 이슬람교, 인본주의적 세계관 아래 자라났다. 1967년 인도네시아에 거주할 때는 양아버지를 따라 이슬람교 사원에 갈 정도였다. 그나마 71년 하와이로 돌아와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명문 푸나후학교에 입학하면서 기독교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회의주의자이자 뿌리 없는 방랑자, 흑백 혼혈아로서 무신론 가정에서 자란 그는 정체성의 혼란을 심하게 겪었다. 신도 없고 목적도 없는 청년이 예수를 만난 것은 1985년 미국 시카고에 있는 트리니티 유나이티드교회에 출석하면서부터다. 그는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며 성령체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계시가 아니었다. 선택이었다. 내가 품고 있던 질문들이 마술처럼 사라졌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의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성령이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분의 뜻에 복종하고 그분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나 자신을 바쳤다.”(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중)
당시 오바마는 콜롬비아대를 졸업하고 ‘공동체 개발계획’이라는 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교회는 그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당시 교회는 1000만 달러의 예산을 알코올 마약중독 치료, 호스피스, 노인치료 등에 쏟아 붓고 있었으며, 흑인 대학생 장학재단 기부 등 흑인 문화 변화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었다.
오바마는 20년간 트리니티 유나이티드교회에서 활동했다. 교회에서 그는 자신의 피에 흐르고 있는 아프리카 유산에 대한 긍정을 배웠다.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도, 아프리카인도 아니라는 갈등의 종지부를 교회에서 찍게 된다.
교회는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적이었고 개인적 신앙을 세계변혁의 의무와 연관시키는 분위기였다. 그가 하버드대에 들어가고 변호사를 개업한 뒤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것은 모두 트리니티 유나이티드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2005년 시카고 선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을 믿었으며 신앙이 죄를 씻고 영생으로 가는 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08년 대선 기간 중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가 미국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교회를 떠났지만 신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2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는 우리 마음을 겸손으로 채우고 서로를 대하는 데 형제애를 갖게 해 준다”면서 “기도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대부분이 하나님이 우리를 찾을 때는 그렇지 않다가 하나님의 은총이 멀어졌을 때에야 하나님을 간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좌절감이 들 때 나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게 하고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것은 신앙”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또 지난 9월엔 “허물 투성이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하나님을 찾는 것이며, 최선을 다해 그들이 은총받게끔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내가 노력하는 것이며, 내가 매일 기도하는 것”이라며 분명한 신앙관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신재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