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화해하는 법을 배운다면… ‘사과는 맛있어’
입력 2010-11-11 17:30
사과는 맛있어/글 박정애·그림 김진화/웅진주니어
우리는 항상 싸운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지만 어른이 돼서도 우리는 또 누군가와 으르렁댄다. 싸움을 했다면 화해라도 잘 하면 괜찮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감정싸움이라면 화해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어릴 때부터 화해하는 법을 배운다면 어떨까. 세상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호수초등학교 3학년 조은애는 지저분하고 공부를 못해 학교에서 ‘찌질이’로 통한다. 같은 반 오지희는 6학년처럼 키도 크고 예뻐서 ‘왕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건은 은애가 사는 낡은 아파트에 지희네가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지희는 부자였었지만 아빠의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그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지희는 그 사실이 부끄러워 비밀로 해달라고 은애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은애는 약속을 어기고 단짝 친구인 하은이에게 지희의 비밀을 말하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에 산다’고 했던 지희는 본의 아니게 아이들로부터 ‘뻥쟁이’로 몰리고 따돌림을 당한다.
“지희가 나와 하은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없는 얘기 지어낸 것도 아니잖아, 뭐.’ 내가 중얼거렸다. 하은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뺨이 아까보다 더 붉어져 있었다. 내 마음도 콕콕 아파 왔다.”(50∼51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정감 어린 캐릭터들이 코믹하고 발랄한 상황 속에서 겪는 내적 갈등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친구에게 뜻하지 않게 상처를 준 은애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밥을 먹어도 맛이 없고, 놀이터에서도 심심하다. 은애는 결국 사과 편지를 지희에게 부친다.
“오지희! 나, 조은애. 약속 못 지켜서 미안. 네가 다시 예전처럼 막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어. 네가 슬퍼 보이면 나도 재미없어. 내 사과파이 ^^, 받아주는 거지?”(88쪽)
은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 또 먼저 사과하고 손을 내미는 일이 지면서도 이기는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은애의 마음이 한 뼘은 자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