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행복한독서치유학교 원장이 말하는 청소년 고민 해결 팁
입력 2010-11-11 17:45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구 사귀기에 집중한다. 철저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관계맺음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는 지나치게 자녀들에게 종교적인 태도를 강조, 아이들 스스로 왜곡된 관계맺음의 도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행복한독서치유학교 김영아 원장은 “크리스천 아이들 가운데는 마음속으로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든가, 부당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연스러운 남녀의 연애감정까지도 죄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모든 것들이 왜곡된 관계맺음의 도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아이들의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학년 초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1년간 행복한독서치유학교에서 상담한 청소년들의 고민이 집단 따돌림, 은둔형 외톨이, 진로 문제 순인 것에서 알 수 있다. 언제나 위태한 상황에 노출된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야 하는지 이 원장의 조언을 들어봤다.
◇집단 따돌림(왕따) 문제=예전에도 집단 따돌림 문제는 심각했지만 요즘은 따돌림의 유형이 좀 더 세밀화되었고 패턴도 복잡하게 바뀌어 있다. 과거엔 가난, 신체적 결함, 말더듬 등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무언가 따돌림을 유발하는 요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문제보다 집단의 파워에 의해 이유 없이 왕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집단을 이끄는 아이의 심리 상태에 따라 집단 따돌림이 자행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이유보다는 그냥 재미로 한 아이를 왕따시키는 경우도 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힘 있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돈을 바치지 않을 때 따돌림을 당한다. 이런 경우는 왕따와 함께 폭행 등 신체적인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어떤 아이의 의견에 거절의 뜻을 내비쳤을 때 왕따를 당하기 쉽다. 거절당한 아이는 자신이 관계 맺고 있는 친구들을 동원, 거절한 아이를 고립시키며 괴롭힌다.
이렇게 상처를 입고 온 아이들은 누구나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자신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교실 집단 안에서는 소용이 없다는 경험은 이후의 삶 자체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아이들이 꿈꾸는 건 학년이 바뀌는 것이다. 구성원이 달라지면 무언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왕따를 시킨 그룹에 대항도 하지 못하는 자신 스스로에 대해 더 실망하고 분노한다. 왕따와 자기연민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흔히 이럴 경우 부모들은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쪽으로 접근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집단 따돌림은 아이의 사회성이 결여되어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따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평소 자신의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화법을 인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 왕따 문제가 자신의 전체 삶 중에 지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 삶은 이럴 것이다’라고 확대해석하는 인지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 중독, 은둔형 외톨이 문제=요즘 아이들은 타인과의 관계맺음보다 컴퓨터와 더 친하게 지낸다. 어른들의 ‘빨리빨리 문화’와 재미만을 추구하며 고민하지 않으려는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컴퓨터와 친숙한 아이들은 타인을 만나고, 그들을 이해시키며, 때론 비위를 맞추는 것을 싫어한다. 마우스를 클릭만 하면 너무도 재미있는 가상의 일들이 펼쳐지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인 아이들은 현저히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가끔 가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럴 경우 인터넷 사용을 중단시키면 심한 금단현상을 보이게 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점차 줄여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하루 인터넷 사용횟수와 사용시간을 정하고, 적정선을 넘을 때에는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과 상담 시에도 이 부분을 인지시켜야 한다. 인터넷을 줄이고 다른 관심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집안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진로 문제=최근 부모들이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아이들의 패륜적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원장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성찰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생각 없이 웃고, 울고, 떠들게 하는 오락거리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자기 성찰 없는 아이들에 대해서 부모는 과도한 기대를 한다. 벅찬 목표치를 내건다. 부모의 욕망을 자녀들에게 투영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앞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 학습에 의욕이 있을 리 없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이 원장과 진로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경우는 없다. 거의 전부가 부모의 강요로 온다. 이럴 경우 상담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상담과정에서 왜곡된 자아상을 발견하지만 교정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마음속에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변화의 열망도 결여되어 있다.
이럴 경우 아이들 스스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격려해야 한다. 자기가 설계한 인생계획을 갖고 부모를 설득할 수 있도록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
글·사진=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