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교회, 아직 죽지 않았다… 최근 들어 성도수 증가세
입력 2010-11-10 20:24
‘영국 교회의 쇠퇴는 끝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영국 교회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왔다”며 “이제 쇠퇴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영국 교회는 죽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회복의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희미한 불빛은 교회 성장세의 변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퇴조와 정체를 반복하다 성장으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사회가 교회의 안정성과 다양한 사역을 높이 평가하며 영국 교회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성장 퇴조, 바닥 쳤다=미국의 대표적 기독교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9일 영국의 리서치 전문기관인 ‘크리스천 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인용, “영국성공회와 로마가톨릭, 침례교회 등 주요 교단의 예배 출석 성도수가 최근 안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근소한 수치이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성공회의 경우 2001년부터 지금까지 12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톨릭은 2005년 이후 91만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례교회는 2002년 이후 조금씩 늘어 현재 15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8년 전 13만9000명에서 1만5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통계는 부활절과 성탄절 참석자를 뺀 수치이며 최근 영국에서 급부상하는 카페교회로 불리는 ‘프레시 익스프레션스(Fresh Expressions·FE)’ 소속 교회 신자를 제외한 수치여서 실제로는 더 많은 성장세가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말 출간된 ‘세계기도정보’에 따르면 영국의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 6212만명 가운데 7.2%인 453만명(가톨릭 제외)에 달했다. 성공회(120만)에 이어 스코틀랜드장로교회가 50만명, 감리교 26만명, 아일랜드장로교 19만명, 침례교 13만명, 하나님의성회 7만4000명 순이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쇠퇴를 거듭해온 영국 교회의 하락세가 바닥을 쳤다”고 평가하고 “영국 교회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보도했다.
◇교회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시도들=그동안 출석 성도가 급감하면서 영국의 교회당이 비어 이슬람 모스크와 술집으로 변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공회와 침례교회의 경우 주일예배뿐 아니라 주중예배도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교회들이 어떻게 지역사회 속에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비즈어비즈’ 대표이자 침례교 목회자인 드니스 피데르스 목사는 최근 교회의 변화에 대해 “교회 사역이 점차 지역민 삶에 다가가고 있다”며 “카페교회처럼 전통적인 교회당 건물을 벗어난 예배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데르스 목사는 “교회는 더 이상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 자체가 되고 있다”며 “이는 주일에만 가야 하는 종교기관으로서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카페교회의 대표적인 형태가 FE에 속한 교회들이다. FE 네트워크에 속한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의 틀을 벗고 지역사회로 뛰어들었다. 가디언은 “많은 영국인이 FE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교회에서 영적 울림을 경험하고 있다”고 평했다.
FE 교회는 영국에서 가장 급속히 성장하는 교회의 하나다. 영국 전역에서 카페와 학교, 스포츠클럽 등을 가리지 않으며 어린 아이부터 청소년, 청년, 가족 단위로 예배와 신앙생활을 위해 모이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큰 기독교음악 페스티벌로 알려진 ‘그린벨트 뮤직 페스티벌’ 역시 지역사회 속에 파고든 영국 교회의 또 다른 형태다. 37년 역사를 가진 이 페스티벌은 기독교음악 연주를 비롯해 신앙과 정의를 주제로 하는 강연과 모임, 종교간 대화 등 주제를 토론하는 장이 되고 있다.
영국 교회의 새로운 성장에는 알파코스의 영향력이 컸다. 새신자뿐 아니라 기존 신자의 성령 체험과 교회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인 알파코스는 지금까지 250만 영국인의 마음에 복음을 심어준 것으로 인정받는다. 2008년까지만 해도 8450개 교회와 모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폭발적인 복음의 확장이 있었다.
이밖에 60년대와 90년대에 일어났던 부흥운동과 여기서 파생된 신앙 운동도 약진의 원동력이 됐다.
◇예배당 안에서 예배당 밖으로=‘크리스천 리서치’는 지난 7월 영국의 44개 지역에서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63%가 스스로 크리스천이라 답했고, 14%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교회에 간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41%는 ‘성경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영국 사회가 기독교 문화를 유지해야 한다’ 등 기독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수치의 변화에 고무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독교 신앙이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기관인 ‘데오스’의 폴 울리 대표는 “최근 영국 교회의 지표 변화는 더 이상 세속화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사인”이라며 “기독교는 과거와 달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영국복음주의연맹 크리시 칸디아 대표는 새로운 리서치 결과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내비치며 “이주민 교회의 부흥과 역동성이 성장을 견인한 측면이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영국 교회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신재범 인턴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