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얽히고 설킨 국가간 갈등… 문화재·영토·환율 등 각국 정상 다양한 ‘대치 전선’

입력 2010-11-10 21:33


각국 정상과 정상급 33명이 집결하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선이 형성돼 있다. 글로벌 경제 현안이 주로 다뤄지는 자리지만 정치·외교적 갈등이 얽혀 있다. 즉 문화재 반환, 북핵 6자회담, 영토 분쟁 등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의장국 vs 차기 의장국=일본은 지난 9일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5책(冊)을 한국에 반환키로 했다. 국내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양국 사이에 훈풍이 감도는 것은 사실이다.

한·일은 실무차원이지만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한국과 프랑스가 벌이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에 쏠려있다. 현재 한국과 프랑스 양국 정상이 만나기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양국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국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거의 막바지 단계로 합의문의 표현을 다듬고 있다.

협상이 잘 풀린다면 이번 G20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편한 마음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여러모로 껄끄러운 관계가 돼 버린다. 프랑스는 차기 의장국으로 트로이카 체제(의장국, 전 의장국, 차기 의장국)로 운영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6자 회담 당사국 정상 집결=이번 G20 정상회의에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것도 주목된다. 북핵 문제는 국제 안보에 중대한 이슈인 만큼 논의가 불가피하다. 천안함 사태 후 중국·러시아와 한국·미국·일본 등 두 그룹으로 갈라져 입장차를 보였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5개국의 공조가 복원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토 분쟁의 당사국 한자리=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미국이 미·일 안보조약을 들이대며 일본을 두둔하고 있어 갈등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세계 경제규모 2, 3위의 극한 대립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암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은 요코하마에서 13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간 총리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싸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일전을 앞두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쿠나시르(쿠릴열도 도서 중 하나)를 방문하면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장본인이다. 러시아 국가원수의 쿠릴열도 방문은 60년 만이다. 일본은 주일 러시아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유감을 표명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후 주석은 남중국해를 두고 동남아시아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이번 G20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는 베트남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는 미국과 공조 하에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

◇미국 vs 여타 국가, 중국 vs 여타 국가=미국과 중국은 서로 으르렁거리기도 하지만, 힘을 바탕으로 다른 회원국 전체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미국은 ‘환율전쟁 자제’에 대한 경주 합의에도 불구하고 달러 발권력을 남용하는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단행, 여타 국가들의 지탄의 대상이 됐다. 주요 신흥국이 일제히 반발했으며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따질 태세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도 미국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의 최근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뽑아들었던 ‘희토류 카드’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희토류는 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95%를 차지한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자 독일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이 발끈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