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中, G20 개막 앞두고 잇단 ‘美 때리기’… 미 국채 신용등급 내려
입력 2010-11-10 21:33
중국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G19대 1(미국)의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아울러 당초 집중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던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적인 면도 엿보인다.
◇서울 G20 정상회의 겨냥 미국 압박=중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다궁(大公)국제신용평가유한공사는 신용평가보고서에서 미국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다궁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건 미국의 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됐고, 미 정부의 부채상환 의지가 급감한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 2차 양적완화 조치로 인해 미국 달러화 가치가 더욱 평가절하되고 이는 채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다궁은 1994년 민간 신용평가기관으로 설립됐지만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경제무역위원회가 승인한 기구로 사실상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해설기사에서 “G20 회원국은 국제 기축통화 발행 당국(미 연준)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전 세계의 경기 회복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이날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은 G20에서 포위공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서울 G20 회의는 이례적으로 ‘미국 비평대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문제를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자국 인플레이션, 위안화 환율 방어책=장핑(張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은 9일 열린 전국석탄업무회의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당초 통제 목표치인 3%보다 조금 더 상승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장 주임 등 중국 주요 당국자들이 최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는 건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방지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겨냥한 배수진 성격도 있다. 미국이 자국 내 경기부진 타개책과 디플레이션 정책 일환으로 6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중국 입장에선 자산 인플레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의 중국 측 셰르파(사전교섭대표)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자국 위안화를 비롯해 특정 국가의 환율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1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