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새 상임위원 김영혜 변호사 내정… 靑, 인권위 사태 정면 돌파

입력 2010-11-10 18:11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김영혜(51)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비난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에 이어 조국 비상임위원까지 사퇴의사를 밝혀 인권위 내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추천 몫으로 임명된 유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조만간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인천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남부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세계여성법관회의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시변은 진보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맞서 2005년 창립된 보수성향의 변호사 모임이다.

조 비상임위원은 김 내정자의 내정 발표 직전 “국가권력과 맞서는 인권위원장의 당당한 모습은 사라지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며 “인권위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대법원장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됐으며 임기는 다음 달 23일까지다.

조 위원의 사퇴 소식을 들은 장주영 비상임위원도 “무엇이 좋은지 여러 사람과 논의 중”이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사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임·비상임 위원들의 이어지는 사퇴로 인권위는 의견표명이나 권고 등 주요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인권위 밖에서도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 법학자 및 변호사 공동선언 준비단’ 소속 법조인들은 330여명이 서명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현 사태의 책임은 무자격 인권위원과 위원장을 임명하고 조직을 축소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인권위 직원 18명도 “인권위가 말단 행정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현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김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것은 정부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닫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도영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