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대포폰 수사’ 충돌
입력 2010-11-10 18:11
검찰의 ‘대포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두고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10일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포폰’ 수사 문제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당이 청와대에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뺏겼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전당대회 이후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란 말을 했는데 당이 정부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눈앞에 다가오는데 이런 식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안상수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하기 전에 당원들이 당 지도부를 심판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며 “우리 지도부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재집권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 지도부가 ‘대포폰’ 재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는 (당과 정부가) 다 망한다는 위기감에 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즉각 발끈했다. 안 대표는 “발언을 신중하게 해 달라”며 “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말은 당 지도부를 모독하는 발언이니까 함부로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도 지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남경필 의원이 “(서민정책특위가 법안을 제출하기로 한)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 허가가 당론인가”라고 묻자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의원 차원의 입법”이라며 당론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홍준표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은 “정책위가 마음대로 당론을 정하느냐”며 “당론은 의원총회에서 정해지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홍 위원장은 이어 “특위에서 정책을 내면 정책위에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줘야지, 안 된다고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 정책위의장은 “정책위에서 검토한 후 된다고 하면 되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 영남 지역 광역단체장들까지 한데 모인 자리에서 날선 말이 오가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인해 잠복돼 있는 당내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법 사찰 사건 재수사와 감세철회 문제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G20 회의 이후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본격적인 충돌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셈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