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후폭풍… 정치권 말대로 재수사? 검찰 칼끝 어디로 향할까

입력 2010-11-10 21:20

‘대포폰’ 등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후폭풍이 계속되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주장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수사 필요성이 있다면 재수사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나서자 검찰은 난감한 분위기다.

검찰은 정치권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재기수사(재수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재수사는 검찰총장의 직무명령 또는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이 있어야 가능하고, 이 경우 수사팀이 바뀌거나 별도의 특임검사가 임명된다.

이미 공소가 제기된 사건을 재수사한다면 수사 자체가 잘못됐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여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10일 “결정적인 단서나 혐의가 나오지 않는 한 수사를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도 대포폰 및 ‘청와대(BH) 하명 문건’ 의혹 등에 대한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당사자들을 조사했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증거를 훼손하는 바람에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힌 상태다.

법무부 장관 권한 중 하나인 수사지휘권 역시 마찬가지다.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경우 민간인 사찰 사건을 재수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 역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언제든지 재수사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마찬가지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수사지휘권은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수사를 더 해봤자 기소가 가능한 새로운 혐의가 나오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추가 수사 역시 정의가 모호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추가 수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추가수사는 어차피 재수사를 하라는 것인데, 그 말의 의도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차라리 특검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야당이 검찰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재수사를 해도 불신을 거두기 어려운 만큼 특검에 맡기자는 의미다. 법무부는 2007년 말 BBK 의혹 사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재수사지휘권 발동 검토 지시를 수용하지 않고 특검 수사에 협조하는 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사건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수사팀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를 좀 더 충분히 설명해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수사팀이 당초 대포폰, BH하명 문건 등을 모두 조사했지만 범죄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