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단신 탄생… 1m57 우리은행 박근영
입력 2010-11-10 18:11
“농구는 신장(height)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heart)으로 하는 것이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득점기계’로 명성을 날리던 앨런 아이버슨(1m83)이 ‘루저’ 농구 선수들을 변호하긴 했지만 여전히 농구는 키의 스포츠다. 농구선수들이 농구화를 신은 키를 적어내거나 원래 키보다 몇 센티미터씩 올려 프로필란의 키를 채우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장신들이 즐비한 농구판에 지난 2일 올해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남녀 통틀어 최단신 프로농구 선수가 탄생했다. 1m57.4의 키로 3라운드 1순위(전체 13번)로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은 박근영(18·상주여고)이 그 주인공이다.
10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박근영은 “키 때문에 지명이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막상 이름이 안 불리니까 초조했었어요. 하지만 이름이 불린 후에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라고 드래프트 당시를 떠올렸다.
농구공이라고는 잡아본 적도 없던 박근영이 농구를 시작한 것은 상주 중앙초등학교 3학년 때 반 대항 농구대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에도 또래들에 비해 10㎝ 정도 키가 작았지만 박근영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농구부 감독이 박근영에게 입단을 제안했다. 6학년이 되던 해 소속팀이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박근영의 실력은 일취월장했지만 키는 마음먹은 대로 자라주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사실 크게 실감하지 못했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키가 크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때부터 박근영은 밤마다 줄넘기도 하고 영양제도 많이 먹으며 키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키는 중3 때 지금의 키가 된 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박근영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작은 키를 원망하며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했다. “1m65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에는 사실 키는 포기했어요. 대신 힘이나 슈팅에서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보다 웨이트도 몇 세트씩 더 하고 슛도 지시한 것보다 100개씩은 더 던졌어요”
박근영의 이런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올 3월 봄철연맹전에서 상주여고가 준우승을 차지할 때 득점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4월 전국 중고연맹회장기 대회에서는 결승전에서 혼자 39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과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이제는 팀 선배가 된 박혜진(20)을 닮고 싶다는 박근영은 “여자농구사관학교라는 우리은행의 비전에 맞게 최선을 다해 이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당찬 각오도 잊지 않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