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의 또 연기 왜?… 협정형식 싸고 진통 거듭

입력 2010-11-10 21:37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하루 전까지도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원인은 자동차와 관련된 협상 내용을 담을 형식과 쇠고기 문제 등 두 가지 때문이다. 결국 공은 11일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만날 두 정상들에게 넘겨진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라톤 협상 대신 시간별로 띄엄띄엄 진행되는 회의 방식 등으로 미뤄 이미 양국이 큰그림을 맞췄지만 ‘사실상 재협상’이라는 역풍이 일 것을 우려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또 쇠고기 문제 제기=사흘째 열린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양국이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안전기준 및 연비·배출가스 등의 환경기준과 관세환급제도 축소 등에 대해 절충점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도 미국에 농업 및 의약품 분야와 관련된 부분을 요구했고 ‘이익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날 양국은 어떠한 결론도 내놓지 못했다. 합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방식과 이 과정에서 나온 쇠고기 문제가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1개의 전문과 24개장으로 구성된 본문, 수십 개의 부속서, 부록, 서한으로 구성돼 있다. “협정문 수정은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 중 본문을 고치지 않겠다는 의미였고, 부속서와 부속서한 등을 추가로 교환하는 방법은 고려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우리 정부는 별개의 ‘양해각서’나 ‘장관고시’ 형태를 주장하고 있다. 이 방법을 통할 경우 재협상이 아님을 강조할 수 있는데다 지난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협정문의 비준동의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측 공세는 완강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약 1%밖에 되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안전기준 및 연비·배출가스 등의 환경기준 완화 외에 또 다른 요구를 들고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합의가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협정문 본문을 수정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한국이 강력 반대해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자 미국이 막판에 논의 대상이 아닌 쇠고기 문제를 다시 꺼내 한 단계 낮은 수준인 부속서나 부속서한을 추가하자고 압박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 눈치보기?=한·미 정상은 11일 정상회담 전까지로 협상 시일을 못 박아 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예상보다 미국 측의 불만으로 시작해 ‘받은 것 없이 주기만 한’ 협상에 대한 논란이 커져 정치권의 반발이 세지자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타결 내용을 발표하기란 정부로서 적지 않은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풀이다.

이에 따라 막판까지 정부 내부적으로도 합의안에 대한 최종 타결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전례로 인해 향후 맺어질 FTA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지적된다. 벌써부터 의회 절차가 남아있는 한·유럽연합(EU) FTA와 관련해서도 한·미 최종 협의 결과에 따라 추가 대응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