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 정상회의 담대하게 임하라
입력 2010-11-10 18:21
“한국, 주요 20개국(G20)의 빛으로 치장하다.”(미국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서울 G20은 한국으로선 성인식을 갖는다는 의미다.”(프랑스 AFP) 오늘부터 이틀간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외신들의 논평이다. 세계가 이번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소임을 맡은 한국의 위상에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끼어들 정도로 자랐고 이제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도모하는 G20의 일원이 됐다. 우리가 자부심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 동안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도모해온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다만 서울 G20 정상회의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논의해야 할 의제는 넘치고 의제마다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친미·친중 간 대립구도뿐 아니라 무역 흑자국 대 적자국, 환율 조작국 대 피조작국, 재정 긴축국 대 확장국, 통화 주권 간섭주의 대 불간섭주의 등 7가지 대결축이 존재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한국이 강조해온 신흥·선진국 간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환율을 둘러싼 갈등,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비난,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한 이견 등이 빗발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참가국 모두가 세계경제의 안정을 바란다는 점이다. 의장국인 한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예컨대 환율문제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예시지침까지 마련된다면 크나큰 진전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되지 않더라도 지난달 경주회의에서 원칙이 확인된 만큼 차기 G20 정상회의로 논의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잔치는 이제 시작됐고, 서울은 각국의 국빈들을 비롯해 해외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정상회의장 안에서 성과를 내는 것 이상으로 회의장 밖에서의 성공도 중요하다. 정상회의의 안전 확보와 더불어 시민들의 자율적인 협력이 요청된다. 한국의 저력, 시민의 품격을 세계에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