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정부, 활보하는 알 올라키 ‘모른척’
입력 2010-11-10 18:10
예멘의 한 부족장은 최근 수도 사나에서 만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자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내면 전 세계에 위협적인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정신적 지도자 안와르 알 올라키를 인터뷰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50만 달러는 자신의 몫으로, 나머지는 50만 달러는 AQAP에 건네는 조건을 달았다.
그만큼 예멘 부족장들에겐 올라키의 행적이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실제 올라키는 미군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를 피해 예멘 남부 사브와 지역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멘 정부는 여전히 올라키의 종적을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최근 3000명의 군 병력을 남부 지역에 투입해 올라키 체포 작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주민은 군 병력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국제사회의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수사(修辭)’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연 예멘 정부는 올라키를 못 잡는 것일까, 안 잡는 것일까. 타임은 9일자에서 예멘 정부가 올라키를 체포하지 않는 이유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우선 예멘 정부가 부족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올라키 체포에 소극적이라는 시각이다. 올라키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부 지역 부족들을 건드릴 경우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상황에서 국가 전체가 부족 간 파워 게임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 반테러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부족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올라키 체포 작전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들 부족장이 야당과 강하게 연계돼 있는 점도 예멘 정부의 부담거리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체포 작전 정보가 새어나간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라키의 아버지인 나세르가 전직 농업장관에다 대학 총장 출신으로 여전히 집권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예멘 보안기관 전직 고위 관료는 “예멘 정부는 100% 올라키의 거처를 알고 있지만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