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진땀 흘린 美 인권… 228개 사항 개선 권고 받아
입력 2010-11-10 18:10
세계 무대에서 인권의 가치를 강조해 온 미국이 이번엔 자신들의 인권 문제로 진땀을 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인권위원회 회의에서는 9일(현지시간) 3시간에 걸쳐 미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미국이 지적받은 사항은 무려 228개에 이른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전쟁포로 고문 문제, 소수인종의 사회적 차별 문제가 주로 거론됐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0개국 이상의 대표단이 미국의 사형제도와 수사 관행부터 인권기구 설립에 미적거리는 이유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답변을 맡은 한국계 고홍주(사진) 미 국무부 법률고문은 “우리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과 법무장관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인권 개선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첫 여성 국무장관과 첫 히스패닉 대법원 판사도 나왔고 아랍계와 아시아계도 내각에 들어와 있다”며 “평등과 공정 측면에서 우리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일궈냈다”고 말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미국은 유엔인권위 참여를 거부했다가 지난해 다시 정식 회원 자격을 회복했다.
그러나 유엔인권위가 제시한 미국의 인권개선 권고안에 쿠바인 간첩 판결 등 일부 재판 결과가 포함된 것은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하게 거부했다. 또 사형제 폐지 권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엔인권위는 내년까지 4년에 걸쳐 192개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점검한다. 인권위가 개선을 권고한 사항에 대해 미국은 내년 3월까지 공식 답변할 예정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