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때 美 이민 재미교포 석지영씨, 하버드법대 첫 동양계 ‘여성 종신교수’ 됐다
입력 2010-11-10 20:38
하버드 법대 사상 최초의 동양계 여성 종신교수(tenure)가 나왔다.
하버드 법대 웹사이트는 9일 재미교포 석지영(지니 석·37) 교수가 지난달 14일 교수 투표를 통해 종신교수 임용 절차를 통과했으며, 하버드 법대가 이를 최종 수락했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2006년 한국계로는 처음 하버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형사법과 예술 공연과 법 등을 강의해 왔다.
하버드대 종신교수 임용 심사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하버드대는 전체 교수의 20% 정도에게만 종신 교수를 보장하고 있다. 또 조교수로 채용된 뒤 종신 임기를 받기까지는 보통 5∼7년이 걸리지만, 석 교수는 4년 만에 종신교수로 임용됐다.
마서 미노우 법대학장은 법대 웹사이트를 통해 “상상력이 풍부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도발적인 지니 석의 법학 연구는 형사법과 가족법, 법과 인간, 이론과 실제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석 교수도 “하버드는 가장 흥미진진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곳”이라면서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수 투표에서 종신교수로 통과시켜 준 것은 내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에 쓴 페미니즘과 가정폭력의 연관성을 다룬 저서 ‘법속의 가정:가정 폭력이 사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는 최우수 법률도서로 선정돼 허버트 제이콥상을 수상했다. 2009년엔 ‘트라우마의 법적 구축’이라는 논문으로 구겐하임 장학금을 수상했고, 하버드대 휴머니티센터의 상임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석 교수는 6세 때 미국으로 이민했다. 뉴욕 명문인 헌터 중·고교를 거쳐 1995년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한때 줄리아드 음대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며 발레리나를 꿈꿨으나 부모의 권유로 법학으로 바꿨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제공하는 마셜 장학금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1999년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어 폴앤데이지 장학금으로 2002년 하버드 법대를 마쳤다. 법대 신문인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도 지냈다. 졸업 후 뉴욕 맨해튼 검찰청 검사, 데이비드 수터 연방 대법관 서기 등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석교수는 현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 노아 펠드먼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