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토랜스 프린스턴신학대학원 총장에게 비전을 묻다

입력 2010-11-10 16:58


“과소비=돈의 우상화, 교회가 위험성 알려야”

이안 토랜스(61) 프린스턴신학대학원(PTS) 총장이 최근 열린 영락교회 국제 평화·화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토랜스 총장은 콘퍼런스가 끝난 뒤인 지난 8일 오후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본보 회의실에서 대담을 갖고 한반도 통일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교회의 역할, 프린스턴의 비전 등에 대해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고 한경직 목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대담은 PTS 출신의 장 전 총장이 질문하고 토랜스 총장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프린스턴신학대학원은 어떤 학교인가.

“1812년 미국장로교총회(PCUSA)가 설립한 학교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신학 파트가 분리돼 나온 것이다. 높은 학문적 성취.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신앙적 헌신 등의 측면에서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신학교라고 확신한다. 선교 역사로 볼 때 프린스턴신학교는 한국 신학대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평양신학교를 설립한 새뮤얼 A 모펫 선교사와 동생 H 모펫 선교사가 모두 프린스턴 출신이다. 고 한경직 목사는 1929년 프린스턴을 졸업했다. 지금도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등 83명의 프린스턴 출신 한국인이 한국 사회와 교계를 섬기고 있다.”

-고 한경직 목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경직 목사는 1992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는 템플턴 상을 받았다. 저의 부친 토머스 토랜스도 이 상을 받았다. 한 목사는 공부하면 할수록 놀라운 영적 거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국교회 성장을 위한 하나님의 놀라운 도구였다. 기독교적 관점을 갖고 사회에 나아갔다. 고아와 전쟁 난민을 위해 엄청난 기여를 했다. 북한에 쌀을 보내는 운동도 했다. 그분을 기념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나에겐 영광이다.”

-이번에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했는데, 남북 분단의 현실을 접한 소감은.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도 DMZ에 갔었다. 슬프고 비극적인 현장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나 같은 외국인은 DMZ가 지역뿐 아니라 가족을 갈라놓고 있다는 걸 모른다. 같은 민족, 같은 가족이 갈라져 있다는 것은 인류의 비극이다. 이것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되는 한반도의 슬픈 유산이다. 개인적으로는 동독에 어머니의 친척이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어머니가 친척들과 전화 통화하는 걸 지켜봤다. 그래서 나는 한국 사람들의 통일 염원을 잘 이해한다. 이번 콘퍼런스 참석자 중 어느 누구도 화해나 통일이 쉽게, 신속하게 오리라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민족의 국가가 분단된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120명이 함께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통일을 향한 한국 기독교인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가는 곳마다 한국의 분단 상황에 대해서 얘기했다. 앞으로도 남북 분단 상황에 대해 세계인들이 느끼고 기도하도록 전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11∼12일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금융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교회의 역할은 뭐라고 보는가.

“지난번 금융위기로 은행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은행시스템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더 큰 측면을 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과소비이다. 기독교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소유한 만큼 소비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이것은 소극적으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과소비를 하면서 돈을 우상화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기독교는 탐욕과 자본주의적인 삶을 절제해야 한다. 기독교는 사회에 과소비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경고해줘야 한다.”

-지금 미국 교회, 특히 장로교회는 어떤 상황인가.

“미국은 여전히 전체 인구의 40%가 매주 교회를 나가는 기독교 사회다. 그러나 교회 출석 숫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세기, 보수적 기독교가 정치적 우파와 연대하면서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계속돼 왔다. 장로교(PCUSA) 역시 마찬가지다. 교세가 계속 감소해 지금은 200만명도 채 안될 것이다. 특히 장로교회의 반 이상이 100명 이하의 교인이다. 이런 교회는 목회자가 단독으로 목회를 펼치기 어렵다.

-신앙의 명문 가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족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할아버지는 1890년 선교사로 중국에 가셨다. 43년간 주로 쓰촨지역에서 사역하셨다. 아버지 토머스 토랜스도 중국에서 태어났다. 그분은 에든버러대학의 신학교수였고, 1978년엔 과학과 기독교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로 템플턴 상을 수상했다. 30권이 넘는 저서를 남긴 아버지는 20세기 영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는 폭넓게 읽고, 철저히 사고하며, 선교에 헌신할 것을 당부하셨다. 중국 교회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을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의 동생 제임스 토랜스는 애버딘대학의 신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촌은 세인트 앤드루 대학의 신학교수다.”

-2012년이면 프린스턴신학교가 창립 200주년을 맞는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프린스턴의 비전은 뭔가.

“프린스턴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중국, 중동, 남미 등에 선교사를 많이 보내왔다. 크리스천 인구는 증가하지만 적절한 도서관을 지니지 못한 나라가 많다. 프린스턴의 도서관은 세계적으로 바티칸 다음으로 큰 신학도서관이다. 200주년을 맞는 프린스턴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도서관을 구축, 전 세계 신학교육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세계 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프린스턴이 될 것이다. 이번에 장 박사가 프린스턴의 이사로 선출됐다. 프린스턴 역사에서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 이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임명은 프린스턴이 나아갈 역사적 방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장 박사는 미국 밖의 크리스천 목소리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 토랜스 총장은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철학을, 세인트 앤드루대학교에서 신약성서 언어학을 전공했다. 이후 옥스퍼드에서 6세기 기독교 저술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애버딘대학 교수, 엘리자베스 여왕 채플린으로 사역했고, 2003년에는 스코틀랜드교회 총회장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프린스턴신학대학원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진행·정리=김성원 기자, 홍두영·김슬기 인턴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