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장기휴가다] “휴가는 업무중단 아닌 재충전 시간 2주 정도의 장기휴가 활성화 필요”
입력 2010-11-10 17:18
하:관광공사 이참사장이 말하는 休테크
“휴가는 단순한 ‘업무중단 휴지기간’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휴식으로 에너지가 재충전되면 노동생산성도 한결 높아지고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창의적 사회의 동력을 키우는 데도 휴식만큼 좋은 에너지는 없습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장기휴가문화 확산을 위한 전도사로 나섰다. 지난해 취임 이후 휴가도 마다하고 업무에 매달리던 이 사장은 장기휴가문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지난 7월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신안 율도로 장기휴가를 다녀왔다.
국민을 대상으로 국내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유를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65%가 여가시간 부족을 꼽아 충격을 받았다는 이 사장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최상위권인 2256시간으로 휴가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 직전 금요일이나 다음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 공휴일제’가 하루빨리 입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휴가문화의 선진화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이 사장은 15세 이상 국민이 1년에 이틀씩만 휴가를 더 가면 3조원의 돈이 풀리고, 7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휴가를 2일간 더 썼을 때 효과가 이 정도라면 휴가를 2주일 더 갈 때 효과는 어떻겠느냐”고 반문한다.
특히 이 사장은 “관광 및 휴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2주 정도의 장기휴가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말 휴양 정도로는 민간자본의 관련 시설 투자 유도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어느 투자자가 주말이나 성수기에만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객을 위해서 큰 자본이 필요한 관광산업에 선뜻 투자하겠느냐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등 관광선진국의 경쟁력은 장기휴가문화의 토대 위에서 발전해 왔다고 강조하는 이 사장은 “독일은 인구 100명당 호텔 객실 수가 1.1실인 반면 한국은 0.1실로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장기휴가문화가 정착되면 관광산업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선진국형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장기휴가 및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7일 이상 장기휴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리프레시 여행’ 책자를 발간했다. 장기휴가를 가고 싶어도 어떻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21개의 여행코스를 제시한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공공기관과 기업체, 학교 등에 배포된 이 책을 보고 장기휴가에 동참하겠다는 단체와 개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장기휴가문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임직원부터 솔선수범해 장기휴가를 떠나도록 하겠다”는 이참 사장은 이참에 장기휴가를 제도화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아무리 장기휴가를 떠나라고 권해도 상사와 동료의 눈치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한국의 휴가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장기휴가를 잘 가려면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가족, 친구, 연인과 여행계획을 함께 세워보라”고 조언했다. 함께 여행지를 선택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서로 더 친밀해지고 즐거운 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의 경우 동료들과 내년 휴가계획을 미리 세우면 업무공백에 대한 염려 없이 2주간의 장기휴가를 다녀올 수 있고 휴가가 분산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부모들은 자녀방학 기간에 맞춰 7, 8월에 휴가를 떠나고, 미혼직원들은 그 기간을 피해 다녀오면 휴가가 겹치지 않아 충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참 사장은 현명한 ‘얼리 버드’가 되어 미리 휴가계획을 세우고 항공편과 숙박지를 정하면 다양한 할인혜택도 주어진다고 스스로 체득한 ‘휴테크’ 비결을 밝혔다. 즉흥적으로 휴가를 가게 되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을 지출하게 되고 결국 과중한 여행경비 때문에 장기휴가를 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