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옥한흠 “저는 제자를 기르는 ‘狂人’이었습니다”

입력 2010-11-10 20:25


국제제자훈련원 ‘광인 옥한흠을 말하다’ 출간

항상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가지고 “한없이 흠이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소개했던 고(故) 옥한흠(사진) 목사. 그의 인생은 한순간도 열정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릴 적 복음의 감격에 미치고, 신학 공부에 미치고, 제자훈련에 미치고. 한국교회 분열과 민족의 분단에 안타까움을 갖고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불태웠다.

그는 광인(狂人)이었다. 광인이란 말은 그 스스로 지은 말이다. 미치지 않으면 예수님의 제자를 만들 수 없고,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그 어떤 전통이나 관례도 깰 수 있는 가슴에 불을 가진 자유롭고 열정적인 사람을 그는 광인이라고 불렀다.

그의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CAL)의 핵심 강의가 ‘광인론’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옥 목사가 1986년 처음 CAL 세미나를 준비할 때 하나님께서 광인론이란 제목을 자꾸 생각나게 하셨고, 스스로도 목회자가 미치지 않으면 제자훈련을 할 수 없다고 절감했기에 당시로는 생경했던 이 단어를 과감히 선택했다. 이후 광인론은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많은 목회자를 깨우는 도구로 사용됐다.

한평생 복음과 예수께 붙들려 광인의 삶을 살다간 그의 생애와 삶을 조명하는 책 ‘광인 옥한흠을 말하다’(국제제자훈련원)가 최근 출간됐다. 제자훈련 전문잡지 월간 디사이플(disciple)이 엮은 책은 그가 광인의 삶을 시작한 성도교회 대학부 전도사 시절과 광인으로서 정점을 찍었던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시절 그와 함께했던 제자들과 평신도 동역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겼다.

또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제자훈련,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수많은 목회자를 깨운 CAL 세미나, 한국교회 연합운동과 교회갱신의 숨은 주역으로서의 행보, 사랑의교회 창립 당시부터 한결같이 추구해온 선교적 교회론, 지적이고 감성적인 저서들에 이르기까지 그와 동역했던 사역자들의 눈에 비친 광인 옥한흠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그가 생전에 CAL 세미나를 통해 목회자들에게 예수의 제자로 살 것을, 평신도들에게는 사도성을 되찾을 것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외쳤다면, 소천 이후에는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으로 회귀하고 자신의 삶을 십자가의 초점에 맞춰 예수의 제자답게 살아갈 것을 부르짖고 있는 듯하다. 책엔 옥 목사의 생애를 담은 20분짜리 동영상이 들어 있다. 이 영상은 옥 목사의 눈물로 시작된다. 평소 모든 일에 완벽을 기했으며, 특히 강단에 올라서기만 하면 냉정을 잃지 않았던 그도 2003년 사랑의교회 마지막 순장반 모임에서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목회 여정의 마지막에 이르자 지나간 광인의 삶이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리라. 그는 “지난 25년 동안 예수님의 은혜가 컸고, 여러분을 만나 교회를 섬긴 행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라고 말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이어지는 영상은 그가 어린시절 예수님을 만났다는 포항 지세포교회 지인들의 증언, 성도교회 대학부와 사랑의교회에서 그에게 제자훈련을 받은 제자들의 간증, 교회갱신과 일치운동에 헌신했던 모습 등 그의 전 생애가 빠른 템포로 흐르며 광인의 삶을 감동적으로 반추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