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11-10 16:59


(18) 성경은 어디에 기록되었는가

종이가 없었던 먼 옛날 성경은 어디에 기록되었을까? 원시인들은 동굴이나 바위벽에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 부호 등을 새겨 놓았다. 프랑스의 라스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그리고 우리나라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에는 그들이 손으로 새긴 흔적들이 지금까지 뚜렷이 남겨져 있다. 변변한 도구도 없이 돌에 글자나 그림을 새겨 놓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좀 더 쉬운 필기 재료들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들이 주로 사용했던 재료는 대리석(그리스), 구리(인도), 가죽(사해 부근과 멕시코), 자작나무 껍질(인도), 용설란(중앙아메리카), 대나무(폴리네시아), 종려나무 잎(인도), 나무(스칸디나비아), 비단(중국, 터키), 상아(오턴) 등이었다. 재료가 여러 가지였기 때문에 필기도구도 갈대 줄기, 붓, 철필, 끌, 깃촉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문자가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진흙으로 토판을 만들어 그 위에 글을 쓴 다음 햇빛에 말리거나 불에 굽는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발굴된 엄청난 분량의 토판들은 성경을 해석하는 데 많은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아직까지 성경 구절이 새겨진 돌이나 비문, 토판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들이 두 번째 계명인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새기는’ 모든 것을 금지하신 것으로 오해한 것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성경을 양피지에 본격적으로 옮겨 쓰기 시작한 것은 유대인들이 바벨론으로부터 돌아온 이후였다. 그들에게는 성전을 짓고 예배와 제사를 드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그때 제물들로 쓰인 양과 소, 염소 등의 가죽은 성경을 기록하는 재료들로 가공되었다. 양피지를 만들려면 먼저 날가죽을 석회수에 담근 후 계속 문지르면서 남아 있는 실과 털을 모두 제거한다. 그 다음 남아 있는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석회가루를 뿌리고 석쇠 위에 말린 후 무두질을 하여 표면을 평평하게 고른다. 필경사(筆耕士)는 먼저 칼이나 속돌로 양피지 표면의 흠집이나 거친 부분을 손질하여 면을 매끈하게 골라야만 했다. 양피지(Parchment)란 말은 헬라어 페르가메네(Pergamene)에서 나왔는데, ‘버가모 가문에서 나온 가죽’이란 뜻이다(참고 계 2:12),

성경을 기록하는 가죽은 (1)정결한 짐승의 것이어야만 하고 (2)유대인이 특별히 성경 필기용으로 만들어야 하고 (3)정확하게 줄을 그어야만 하며 (4)잉크는 검은색 (5)필사자는 유대인 복장을 하되 (6)온몸을 깨끗이 씻어야만 하였다. 성경 두루마리는 양팔 길이의 다섯 배(약 7.5m) 정도였고, 왼손으로 풀고 오른손으로 감으면서 읽었다.

신약성경은 주로 양피지보다 가볍고 값도 싼 파피루스에 기록되었다. 파피루스는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식물이다. 이 파피루스에서 종이를 의미하는 영어의 Paper와 독일어의 Papier가 유래되었다. 사실상 파피루스는 팔레스타인의 복음이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땅 끝까지 이르러 세계를 복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왜냐하면 성경이 알기 쉬운 코이네 헬라어로 값싸고 대중적인 파피루스에 기록되었을 때 누구든지 손쉽게 이 십자가 복음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피지와 파피루스! 인류 역사를 바꾼 작은 기적들이다.

고영민 총장<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