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는 모두 공개하는데… 이름만 올린 ‘애널 공시’ 있으나 마나

입력 2010-11-09 18:28


국내 주식형 펀드 3개에 투자하고 있는 회사원 박승훈(41)씨는 최근 이 중 1개 펀드의 수익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전자공시시스템(dis.kofia.or.kr)에 들어가 펀드 상품명을 입력하자 펀드매니저 기본 정보가 나왔다. 박씨는 담당 매니저의 근무경력을 통해 그가 3개월 전 회사를 옮긴 사실을 알아내고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직접 주식 투자도 하고 있던 차에 박씨는 애널리스트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애널리스트 공시 화면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이름을 입력하자 상세정보로 현 소속회사와 근무기간만 나왔다. 애널리스트의 생년월일이 1969년인데 근무경력은 3년10개월밖에 안되는 등 그나마 나와 있는 정보도 엉터리였다. 또 근무경력란에는 이전 회사명이 ‘***’식(홈피 캡쳐 사진)으로 나와 경력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펀드매니저 공시의 경우 과거 3년간 운용 상품부터 수익률, 모든 경력이 총망라돼 있어 공시 수준이 비교됐다.

금투협이 지난 8월부터 오픈한 애널리스트 종합공시서비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투자자에게 일종의 ‘나침반’으로 작용하는데도 애널리스트에 대한 정보 접근성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그나마 공개된 근무경력도 금투협이 애널리스트 등록을 시작한 2004년 이후만 계산해 이전 경력은 포함이 안돼 정확하지도 않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공시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지난 7월 말 금투협은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공시를 동시에 추진했는데 펀드매니저는 정보공개를 법령 규정화한 반면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자율 규제로 남겼기 때문.

애널리스트 공시가 부실해지면서 애널리스트의 잦은 이직과 이해관계에 따른 리포트 양산을 막자는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다. 금투협이 애널리스트 공시를 추진할 때 진행한 용역 결과 이직이 잦을수록 보고서에 담기는 매수 추천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투협은 애널리스트 정보 공시에 대해 앞으로도 ‘개인정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투자자가 맡긴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의 경우 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반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기 때문에 정보공개 필요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얻어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데 애널리스트를 펀드매니저와 다르게 보는 것은 억지 논리”라며 “애널리스트 공시에 대한 업계 공감대를 확대해 실속 있는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