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D-1] 국익에 도움된다면… 갈수록 ‘편짜기’ 구도 가시화

입력 2010-11-09 22:18


차관회의서 노출된 쟁점별 각국 입장

주요 20개국(G20) 정상 간 만남에 앞서 첫 대리전을 치른 재무차관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금융안전망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 등 이견이 덜한 의제부터 시작했음에도 회원국 간 신경전이 만만찮아서다. 9일 저녁 핵심쟁점인 경상수지 목표제 논의가 시작되면서 12일 정상회의 폐막시점까지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 끝장토론도 예고된다.

◇“쉬운 의제부터 시작했지만…”=전날 자정까지 이뤄진 G20 재무차관회의에선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비롯한 금융규제 개혁이 먼저 다뤄졌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관련 신흥국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격론이 예상되는 경상수지 목표제 등의 논의를 뒤로 미룬 것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8일 자정까지 금융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서울 선언 초안 가운데 (금융개혁 부분의) 70% 정도는 검토가 끝났다”며 “이미 합의점을 찾은 IMF 개혁 등 이슈를 다룬 뒤 9일 저녁부터 환율 (해법 실천방안)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관회의에서 다루지 않는 개발, 에너지, 녹색성장, 기후변화 등은 각국 셰르파(사전교섭대표) 간 회의 의제로 올랐다. G20 차관과 셰르파들은 10일 오후 2시부터 합동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 가운데 이견이 거의 없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부분과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접점을 찾은 IMF 지배구조 개혁은 경주 공동성명서 연장선상에서 서울 선언에 별 무리 없이 포함될 예정이다. IMF의 선진국·과다 대표국 지분 6% 포인트를 개도국·과소 대표국으로 이전하는 일정도 일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율 갈등의 근본원인인 무역 불균형 해소방안이다. 지난달 경주 회의에서 제시된 경상수지 목표제를 두고 경상수지 흑자국인 신흥국 진영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해당사국 편가르기 심화…G20 체제 흔드나=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을 대표하는 나라는 각각 중국과 미국이다. 양대국의 환율 갈등은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를 기점으로 화해모드로 접어드는 듯했지만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 이후 다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이 바라는 것은 경상수지 목표제 합의 틀 속에 중국을 묶어두는 것이다. 미·중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압력을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낼 경우 자국의 수출경기에도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도 아시아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을 지지하는 제스처를 보였다고 전했다. 싱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뉴델리 회담에서 “강력하고 견고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이 전 세계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유 수출국으로 분류된 러시아는 물론 인도네시아 등 신흥흑자국의 중국 진영 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G20 실무 책임자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는 최근 “러시아 대통령은 (G20 서울 정상회담에서) 그런 행동들(유동성 추가 투입을 의미)을 하기에 앞서 (G20의) 다른 나라들과 예비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중국 측 입장을 지지하기도 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