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까지 호랑이가 살아 있었다?… 환경과학원 자연환경조사
입력 2010-11-09 22:05
남한 지역에선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 표범 늑대 스라소니 등의 흔적이 1990년대 이후 정부 공식 조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기록돼 눈길을 끈다.
본보가 9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입수한 전국자연환경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이기도 한 호랑이는 97년(2곳), 98년(1곳), 99년(3곳)에 조사됐다. 역시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인 표범은 98년(2곳), 99년(1곳), 2004년(1곳)에 흔적이 나왔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2급인 스라소니는 3차 조사가 시작된 첫해인 2006년 2곳에서 조사됐다.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1급 포유류는 모두 12종이다. 이 가운데 일제시대 일본인의 남획으로 멸종된 것으로 전해지는 독도 바다사자를 제외한 11종의 흔적이 발견됐다.
멸종된 것으로 전해지는 호랑이 등의 서식 흔적이 집계된 까닭은 분변, 발자국, 텃세 흔적 등을 발견할 경우 해당 동물이 발견된 것으로 집계하는 야생동물 조사의 특성 탓이다.
과학원 관계자는 “현재 남한 지역에 호랑이 표범 늑대 스라소니 등이 살아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86∼90년 시행된 1차 및 97∼2005년에 이뤄진 2차 조사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눈 또는 진흙에 찍힌 삵 등 소형 고양이과 동물의 발자국이 물이 고이는 등의 이유로 커지면서 호랑이 표범 등의 발자국으로 오인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초과학 분야가 외면받는 동안 야생동물 조사를 담당할 생물 분류학 전공자가 충분히 양성되지 못했고, 방대한 조사 지역에 비해 숙련자가 부족해 정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예산을 더 투입해 단기간 내에 정확한 조사를 해 달라는 각계의 요청에 당시 환경부는 “예산을 아무리 투입해도 조사를 수행할 인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포유류는 오히려 적게 확인됐다. 멸종위기 2급 포유류는 모두 10종인데 담비 무산쇠족제비 삵 검은토끼박쥐 하늘다람쥐가 발견됐고, 나머지 5종(물개 물범 물범류 작은관코박쥐 큰바다사자)은 발견되지 않았다.
멸종위기 조류는 빈번히 발견됐다. 멸종위기 1급 조류 13종 중 크낙새를 제외하고는 모두 발견됐고, 2급 조류 47종 가운데서도 느시 등 7종을 빼고는 전부 조사됐다.
전국자연환경조사는 지형, 식생, 식물상,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육상곤충, 담수어류, 양서·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9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현재 3차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