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석동연] G20 정상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입력 2010-11-09 17:41
내일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25개국 정상(G20+5개 초청국), 7개 국제기구 대표 등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 30여명을 비롯해 각국에서 약 4300명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외신기자단 1800여명까지 총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34개국의 세계적 기업가 120여명은 하루 먼저 열리는 재계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G20 정상회의는 2년여 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G20 재무장관회의 참가국 정상을 워싱턴에 초청해 국제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한 데서 출범했다. G20 정상회의는 처음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협의기구라는 성격이 강했지만 그 후 런던, 피츠버그, 토론토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진화해 이제 실천적인 행동전략까지 논의하는 국제 경제협력의 최상위 포럼으로서 그 위상을 확립했다.
세계경제 규칙 제정 주도
이번이 제5차 정상회의로 이전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보호무역 저지(Standstill) 합의, 거시경제 공조와 금융규제 의제 간 균형유지, 세계경제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Framework) 구축 합의 등을 이끌어냄으로써 G20 정상회의의 발전과 방향 설정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한국은 이제껏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세계경제를 규율하는 운영그룹에 진입하게 돼 ‘규칙 제정자(Rule Setter)’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이 있었기에 서울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주제는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Shared Growth Beyond Crisis)’이다. 중요하게 다뤄질 의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논의가 진행 중인 기존 의제로서 ‘거시경제정책 공조’ ‘금융규제 개혁’ ‘국제금융기구 개혁’을 들 수 있다. G20은 지난 2년간 역사상 전례 없는 정책공조를 통해 전 세계가 제2의 대공황에 빠지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피츠버그 정상회의부터는 단순 위기대응을 넘어 전 세계 경제의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2008년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경제위기가 금융기관의 부실로부터 출발했다는 반성하에 위기 재발을 막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부담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이번 금융위기는 IMF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위기 대응에 효율적이지 못했음을 보여주었으므로 기능 개편과 자본 확충을 통해 향후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선진-개도국 교량 역할도
둘째는 새로운 의제로서 G20이 위기 대응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상위 경제포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국이 제시한 개발 이슈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들 수 있다. G20에 참가하지 못하는 대부분 개도국인 172개 국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은 외연확대(Outreach) 활동을 펼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 역할을 해 왔다. 비록 개도국의 경제력 비중은 작지만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므로 개발 이슈는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다뤄야 할 과제다. 두 차례 금융위기를 경험한 한국은 급작스런 자본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도 중요한 의제라고 보고 있다.
환율문제 등 주요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맞서는 문제가 대두돼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의장국인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러한 난제를 잘 처리한다면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 문화의 힘과 발전상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소중한 기회다. 한국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는 올라가게 될 것이다. 테러의 위험성에 완벽하게 대비하며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적지 않지만 우리 모두 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귀한 손님들을 따뜻한 마음과 밝은 미소로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석동연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