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 컵의 물’로 평가될 日 문화재 반환
입력 2010-11-09 17:36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한국 도서 1205책을 돌려주기로 했다. 일본이 약탈해 간 문화재를 정부 차원에서 반환하는 것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1432점을 돌려준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반환은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10일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총독부를 경유해 한반도에서 유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 중인 서적’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규모가 한국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는 크고, 협정문에 ‘6개월 이내 도서 인도’를 못 박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점은 프랑스와 한국 정부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반환이 불법 반입한 타국 문화재를 고이 돌려주려는 일본 정부의 성의가 담긴 것이라고 전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미흡하다. 일본 궁내청(왕실 관련 사무담당 행정기관)이 보유한 한국 도서 가운데 반환이 기대됐던 조선왕조의 제실도서(帝室圖書)와 경연(經筵)서적이 빠진 것이 우선적인 이유다. 이들 서적은 조선총독부를 통해 나간 것인지의 여부에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 반출 경위가 명확하지 않을 뿐이지 조선 왕실 소장 도서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문화재청이 파악한 것만 250여 소장처에 6만1409점에 이르고 일본인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까지 합하면 30만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국보급 문화재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 모두를 돌려받을 수야 없겠지만 약탈문화재만큼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먼저 정확한 실태파악과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를 위해서는 양국 전문가 차원의 공동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반출 문화재에 대한 양국의 협상은 더 심층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에서 건네준 ‘반 컵의 물’을 받아든 꼴이다. 이 기회에 반출 문화재 반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