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포폰’ 의혹, 국정조사보다 특검제를
입력 2010-11-09 17:37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 대포폰 제공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공동 대응책에서 비롯된 조치다. 검찰이 청와대 압력을 받아 수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야5당의 논리다.
야당들이 검찰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는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직속 부하 2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검찰은 불법사찰의 비선조직이나 배후는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수사결과 발표 때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청와대가 비선을 통해 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정황 증거다. 검찰이 청와대 관련 부분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재수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나라당의 여러 최고위원들이 재수사 불가피론을 펴고 있음에도 오불관언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이라면 검찰 재수사도 무의미하다. 다시 수사를 맡겨본들 결론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5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국정조사보다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사안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국회에 맡길 경우 여야 정치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여러차례 국정조사의 예로 볼 때 야당이 청와대를 겨냥해 총공세를 펴고 여당이 이를 방어하는 형국이 될 게 뻔하다. 국회의원의 조사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야5당은 국정조사를 실시한 뒤 미진할 경우 특검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순서를 바꾸는 게 맞다. 능력과 소신을 갖춘 특별검사를 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