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람 불었다고 전철 운행이 중단되다니
입력 2010-11-09 17:35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지하철 4호선 일부 구간의 단전사고로 전동차 운행이 5시간 가까이 중단됐다. 산본역에서 안산역까지 10개역 16.2㎞에 이르는 하행선 구간의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상행선 전동차도 연착되거나 지연 운행되는 바람에 출근길 시민들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로 직장이나 학교에 지각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환불소동도 벌어졌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 회의장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혼란을 빚을까봐 우려스럽다.
코레일은 수리산역∼상록수역 구간의 전차선을 연결하는 절연구분장치가 파손되면서 주변 지역까지 단전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코레일은 전철 구간별로 전기를 나눠 공급해주는 절연구분장치가 파손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기상상태도 살펴보고 있다. 안산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강풍주의보가 내려졌고, 최고 풍속은 간판이 떨어질 정도인 초속 15.2m에 달했다고 한다.
이번 사고가 G20 정상회의 기간인 11∼12일 서울에서 자율적인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려는 정부 방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자동차 2부제가 성공하려면 전동차 열차 버스 등 대중교통이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사고로 대중교통이 마비된다면 누가 자동차 2부제에 동참하겠는가. 코레일은 “G20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해놓고 바람 좀 불었다고 전동차 운행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네티즌들의 질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코레일은 사전 정비를 제대로 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을 가려야 한다. 코레일은 물론 도시철도공사도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체 지하철 시설과 장비를 일제 점검해 사고 유발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기를 촉구한다. 코레일은 현장상황이 열악해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지만 대책반을 즉각 투입해 복구 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는 기동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