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은급재단 ‘위장 사역자’ 조사

입력 2010-11-09 17:35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역자은급재단은 교단 내 ‘위장사역자’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교단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이 같은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은급기금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목회자 자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은급재단은 설명했다.

위장사역자란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 사역은 하지 않는 목회자를 뜻한다. 유형으로는 명목상 담임자(교회 담임자로 이름만 있고 목회를 하지 않는 경우), 명목상 부담임자(부담임자로 파송됐으나 교회에서 목회를 하지 않고 다른 직업에 종사하거나 외국에 거주하며 계속 진급하는 경우) 등이 있다. 또 명목상 기관 파송(파송기관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경우), 명목상 유학(유학을 명목으로 출국한 뒤 학업 대신 다른 일을 하는 경우), 명목상 선교사(선교지에서 선교 목적 활동을 하지 않고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관리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 등도 위장사역자로 분류된다.

은급기금은 퇴직한 목회자나 별세한 목회자의 배우자 등에게 교단 차원에서 지급하는 사회보장 성격의 연금을 말하는데, 주로 교회와 목회자의 부담금, 부동산 임대사업, 성도들의 성금 등으로 조성된다. 은급재단은 지난 8월 현재 원로목사, 홀로된 사모 등 1277명에게 월 8억6000여만원의 은급금을 지급하고 있다.

은급재단은 위장사역 행위가 은급기금 재원의 고갈을 초래하고, 감리교 교역자들의 권위 역시 실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목회자 고령화와 정체 현상 등을 고려하면 위장사역에 따른 은급기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목회 연수 1년을 기준으로 월 2만5000원의 은급금이 지급되는 현재 규정에 따르면 20년간 위장사역을 한 이는 연간 600만원(2만5000×12×20)의 은급금을 받게 된다. 이런 위장사역자 100명이 70세 은퇴 후 20년간 은급비를 수령할 경우 120억원(600만×100×20)의 기금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은급재단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며 “이번 조사는 개인비리를 들추자는 차원이 아니라 성숙하고 건강한 감리교회 공동체를 세우고 ‘바른’ 목회가 이뤄지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