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티켓파워 강동원 이번엔 ‘초능력자’… 가공할 능력자와 범생이 대결 결과? 글쎄요
입력 2010-11-09 20:02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던 ‘의형제’의 주연배우 강동원(30)이 ‘초능력자’로 복귀했다. ‘전우치’와 ‘의형제’에서 잇따라 빅 히트를 기록하며 충무로 최고의 티켓파워임을 입증한 그인지라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초능력을 보여줄 지가 관심사다. 10일 개봉하는 ‘초능력자’는 타인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와 그 초능력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일반인의 대결을 그렸다. 강동원이 초능력자, 고수가 보통 사람 임규남 역을 맡았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악역이다.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눈에 띄지 않게 도둑질을 하며 살다 자신을 가로막는 유일한 인간 규남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는 인물. 그에 비해 고수가 맡은 규남은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고 성실히 일할 줄 아는 선한 인간이다.
강동원은 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초능력자’라고 하면 눈에서 레이저 쏘고 날아다니는 영화가 떠오를텐테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초능력자’는 SF임에도 현란한 특수효과에서 비롯되는 눈요기보다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더욱 공들인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빛과 어둠에 비유해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남들과 다른 존재였던 탓에 일생을 외롭게 지낸 초능력자와, 초능력자와의 맞대결 속에서 남과 다른 자신을 깨달아가는 규남 간 변화하는 관계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김민석 감독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의 같은 존재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빈약한 유머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흠이다. 웃기려고는 한 것 같은데, 우습지는 않은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규남의 외국인 친구들로 나오는 버바(아부다드)와 알(에네스카야)의 한국어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게 전부다. 규남의 친구들을 이주노동자로 설정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배타성을 드러내려 한 시도는 좋았지만, 이들은 ‘한국어를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외국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차라리 내내 심각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을….
강동원의 초능력에서 (결코 1급이라고 할 수는 없는) 할리우드 영화 ‘푸쉬’의 여주인공 다코다 패닝이 강하게 연상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저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주연들의 연기는 대체로 평가할만 하다. ‘그 놈 목소리’에서는 더빙만으로 존재감을 확고히 구축하고, ‘전우치’에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강동원은 이번에도 남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외로운 인물을 강렬하게 연기해냈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완전히 드러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수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원빈이 ‘아저씨’로 600만 관객 돌파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인지 영화계에서는 강동원, 고수 이 두 꽃미남 배우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초능력자’가 관객 동원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는 힘들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주연의 ‘부당거래’가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여전하고, 유지태와 수애가 출연한 ‘심야의 FM’도 인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동원은 예상 관객 수를 묻는 질문에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15세 관람가.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