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충만한 삶의 스토리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써 갈 수 있다

입력 2010-11-09 17:27


천년 동안 백만 마일/도널드 밀러 지음, 윤종석 옮김/IVP

사람들은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으로 가득 찬 ‘스토리’를 살고 싶어한다. 처음엔 거창한 꿈을 갖는다. 세상을 바꾸고 사랑에 빠지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 한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만고만한 삶으로 떠밀린다.



책은 슬럼프에 빠졌던 한 사람이 어떻게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충만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냈는지에 대한 실제 경험담이다. 저자 특유의 위트와 솔직함 그리고 감동적인 에피소드와 마주하다 보면 바로 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란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재즈처럼 하나님은’을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유명 작가가 된 후 그의 삶은 정지했다. 성공의 절정을 구가했어야 할 시기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했으며, 삶의 의미에 대해 의문마저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책을 영화로 만들자는 영화제작자의 제안을 받은 후 그는 모험과 가능성과 아름다움과 의미로 가득 찬 새 이야기에 뛰어들게 된다.

하루 종일 잠만 자던 그가 자전거로 전국을 횡단하고, 로맨스의 공상 속에 살던 그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참 사랑에 부딪치며, 돈을 낭비하던 그가 열렬한 뜻을 품고 아버지 없는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멘토링 프로젝트’를 설립한다. 그는 우리에게 제2의 삶을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 사는 법을 보여준다.

어느 날, 그는 집 벽난로 선반에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침대는 잘 정돈됐지만 작은 탁자 위엔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여행 중 사온 그림 몇 점만 있을 뿐 자신이 실생활을 사는 실존인물이란 증거를 집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집이 인생을 살아가는 현장이 아니라 허구적 이야기의 소품들을 배치해 놓은 무대처럼 느껴졌다. 그는 행동이 따르는 실화를 살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영화제작자 스티브와 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는 자신을 더 나은 이야기 쪽으로 인도하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바깥에 어떤 작가가 있어 우리를 위해 더 나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우리와 교제를 나누며 우리 의식 안에 더 나은 이야기를 속삭여준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이 아닌 그 작가의 음성을 듣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내가 하나님한테서 얻은 느낌이라곤 죄책감뿐이었다. 그것을 나는 목사의 통제가 심한 교회에서 자라며 생겨난 과민성 양심으로 일축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음성은 그게 아니다. 그 음성은 더 작고 세미하며 옳고 그름의 차이, 아름다움과 속됨의 미묘한 구분을 혼동 없이 아는 것 같다. 그것은 격앙된 음성이 아니라 무수한 시행착오도 다 받아줄 만큼 인내심 많은 음성이다.”

제일 먼저 그는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야 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인간관계였다. 30년 동안 생각해보지 않은 아버지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모든 관건은 용서하고 거부당할 위험에 맞서고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돈과 안전이 이야기의 핵심인 줄 알지만 사실 모든 이야기는 관계로 귀결된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가 나를 부르고 있음을 나는 알았다. 아버지가 살아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더 나은 이야기를 사는 데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아버지를 만난 후 그의 삶이 달라진다. 자전거로 포틀랜드 다리 건너기 대회에 참가하고 페루 마추픽추를 등정한다. 또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저비스 협만을 카약으로 건너고 자전거로 미 대륙 횡단을 감행한다. 무엇보다 그는 멘토링 프로젝트 기관을 설립해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멘토를 갖게 해주면서 더 이상 삶을 무의미하게 느끼지 않았다.

인생은 길 위에서 만들어진다.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소명을 이루어 내며 자기만의 스토리를 엮어 내고자 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위대한 이야기는 두려움에 지지 않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는다.

“우리는 나쁜 이야기들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인간에게 위대한 목적이 없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더 나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고귀한 소명이다. 더 나은 이야기는 얼마나 밝게 빛나는가. 세상은 얼마나 금세 경탄하며 그것을 바라보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며, 다시 되풀이할 때 얼마나 행복한가.”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