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영성의 길

입력 2010-11-09 17:29


(18) 그리스도를 따름

영성의 길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다. 회심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께 돌아온 뒤에도 평생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어느 날 하늘에서 벼락을 내려 나를 한순간에 변화시키기를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영적생활은 이 걸음 이대로 끝까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다. 루터의 말과 같다. “인생은 의가 아니라 의 가운데 자라는 것이며, 다 된 상태가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고, 안식이 아니라 훈련이다. 우리는 완성에 아직 이르지 못했으나 완성을 향하여 자라고 있으며, 그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종착역이 아니라 여전히 여정에 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영적 삶의 모범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다. 나사렛 사람들이다. 사도행전 11장에서 우리는 최초의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렸던 안디옥의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들보다 먼저 그리스도인이 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나사렛 사람이다(행 24:5). 나사렛에서 태어난 유대인 예수를 흠모하여 그를 따랐던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우리는 주후 374년 에피파니우스가 쓴 ‘이단논박(Panarion)’에서 만난다. 이 책은 나사렛 사람들이 예수님 부활 후 이스라엘 전역에 흩어져 믿음으로 살았다고 전한다. 그들은 오로지 나사렛 예수를 사랑하고 그가 가르친 복음의 방식대로만 살았다. 그러다가 주후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이 망하자 대부분 요르단강 동편 펠라로 이주했고 나머지는 나사렛 근처의 갈릴리 지역에 남아 순교적인 삶을 살았다. 로마의 핍박과 함께 그들의 순교는 이어졌다. 그중 하나가 1895년 발굴된 나사렛 수태고지 교회의 지하동굴이다. 동굴 벽에 쓰인 ‘코논’의 이름을 따라 ‘코논의 동굴’이라고 명명된 이 동굴에는 예수님 시대의 모자이크가 나타나고 그 주변에는 희미한 글씨들이 새겨져 있다.

학자들은 이 글을 이렇게 해석했다. “오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게노스와 엘피스를 도우소서.” 또 다음 줄에는 “예수의 종들을 기억하소서”가 나타나고 그 다음 줄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들이 나타났다. “아킬레스, 엘피디, 바울, 안토니스….” 학자들은 이것을 핍박의 시대,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던 유대인 그리스도인 나사렛 사람들의 글씨로 보고 여기에 나타난 이름들을 그 시대의 순교자들로 본다. 순교의 시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나사렛 사람들이 하나님을 향한 절박한 고백과 기도를 글로 남긴 것이다. 지금도 그 희미한 글씨를 보면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순교정신이 희미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나사렛 사람들은 핍박의 시대 순교적인 신앙으로 그리스도를 따랐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신앙 선배들이다. 기록에 의하면 나사렛에는 주후 3∼4세기까지 예수의 후손이 살았다.

예수님의 사촌동생 시므온은 120세까지 나사렛에 살다가 주후 107년 트라잔 황제에 의해 순교당했고 예수님의 친동생 유다의 두 손자도 도미치안 황제에 의해, 또 예수님의 먼 친척 코논도 주후 249년 밤빌리아에서 자신이 나사렛 예수의 자랑스러운 후손임을 고백하면서 영광스럽게 순교했다고 한다. 영성의 삶은 죽음까지도 뛰어넘어 끝까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다.

이윤재 목사<한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