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맥을 찾아라-(下) 기록 종목] 장미란 “이번엔 金바벨”
입력 2010-11-09 17:38
아시안게임 등 종합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전통적으로 육상, 수영 등의 기초 기록 종목보다는 양궁, 사격 등의 종목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왔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유지되겠지만 박태환(21·단국대)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활약에 따라 이러한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세계무대에서의 활약도에 비해 유독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장미란(27·고양시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중국 텃새 뚫고 금메달 조준=사격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수영(53개), 육상(47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44개의 금메달이 걸린 종목이다. 한국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를 제외하고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부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까지 금메달 5개 이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직전 대회인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금메달 3개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강국인 중국이 44개의 금메달 중 27개를 싹쓸이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독주가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중국팀의 텃새가 더해질 전망이어서 우리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금메달리스트 진종오(31·KT), 이대명(22·한체대) 선수 등을 앞세워 최소 4개 이상의 메달에 도전한다. 두 선수 모두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 출전해 한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세계선수권대회 25m 스탠더드 권총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 홍성환(27·서산시청)과 이번 대회 전체 선수단 남자 주장을 맡은 고참 박병택(44·울산시청)이 출전하는 25m 스탠더드 권총 및 센터파이어 권총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자부는 이호림(22·한체대), 김병희(28·서산시청) 등이 출전하는 10m 공기권총에서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사격 대표팀 변경수 감독은 “중국의 경우 텃새가 무척 심하다. 선수촌에서 사격장도 멀어 현지 적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환 명예 회복 노린다=한국 수영은 1970년 방콕 대회에서 조오련이 자유형 400m,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1978년 방콕 대회를 제외하고는 아시안게임에서 매번 한국에 1개 이상의 금메달을 선사해왔다. 이 중 1982년 뉴델리에서 최윤희가 개인혼영 200m와 여자 배영 100m, 200m에서 3관왕을 차지한 때와 2006년 도하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3관왕을 차지한 때가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던 대회였다.
하지만 수영이 육상과 함께 아시안게임 메달 양대산맥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은 숫자다. 그나마도 경영에서만 금메달을 획득해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 종목에서는 금메달 획득이 전무하다.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은 박태환이 도하 대회의 영광을 재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금메달이 유력하다. 1500m에서는 중국의 장린이 워낙 올해 기록이 좋아 어렵다는 분석이 많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이 밖에도 도하 때와 같은 자유형 100m, 단체전인 계영 400m, 800m, 혼계영 400m 등 모두 7종목에 출전을 신청했다.
박태환은 특히 이번 대회를 대비해 지난 8월 30일부터 괌, 호주 등지에서 노민상 대표팀 감독 및 마이클 볼 코치 등으로부터 65일 간 집중 지도를 받은 만큼 컨디션이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올라 있어 지난 대회 3관왕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 종목 석권 꿈꾸는 한국 양궁=양궁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대표 효자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전 및 단체전에서 모두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한국은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 4명과 여자 대표팀 4명 중 어느 선수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집안싸움이 심한 종목이다. 한국 선수 모두 64명이 겨루는 본선 출전이 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가마다 2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어느 선수가 본선에서 뛸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대진에 따라 결승 이전에 한국 선수끼리 경기를 펼칠 수도 있어 실력보다 대진 등에 따라 메달 숫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 개인전에서는 올해부터 세트제가 실시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이전까지는 12발 기록을 합산해 점수를 냈지만 올해부터는 3발씩 1세트를 쏴 세트에서 이길 경우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의 포인트를 부여한다. 최장 5세트까지 대결을 치러 포인트가 높은 선수가 이긴다. 5세트까지 점수가 같으면 한 발씩 쏘는 슛오프로 승자를 가린다.
남자부에서는 임동현(24·청주시청), 이창환(28·두산중공업)의 2관왕이 예상된다. 하지만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본선 진출이 결정되는 만큼 전국체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오진혁(29·농수산홈쇼핑) 등 나머지 선수의 선전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여자부에서는 윤옥희(25·예천군청)와 기보배(22·광주시청)의 선전이 예상된다.
◇장미란 금메달 들어올릴까=역도는 최정상급 선수가 아시아에 몰려 있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나 수준 차이가 크게 없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8체급과 여자 7체급 등 모두 1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우리 대표팀은 중국, 이란, 카자흐스탄 등 전통적인 역도 강국과 메달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9월 터키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힘든 싸움이 될 전망이다.
우선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고양시청)이 여자 최중량급(+75㎏)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린다. 2005∼2007년,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 4연패와 용상, 합계에서 세계기록을 보유 중인 장미란은 몸상태만 좋다면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는 부상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터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지난 한국 대회에서 적수가 되지 못했던 중국의 신예 멍수핑 등에 밀리며 3위에 그쳤다.
또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모두 탕공홍, 무솽솽 등 중국 선수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징크스도 부담이다. 이번 대회 역시 멍수핑 등 중국 선수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미란 외에는 남자 94㎏급 김민재(27·경북개발공사), 62㎏급 지훈민(26·고양시청), +105㎏급 안용권(28·국군체육부대)이 메달을 노리고 있지만 두터운 중국의 선수층을 어떻게 뚫느냐에 따라 메달 획득 여부 및 색깔이 갈릴 전망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